■ 제1발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연구(1987~2016)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전망’ - 박문수 소장(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이번 조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한국 교회 전체 신자 일반에 대한 조사, 다른 하나는 냉담교우에 대한 별도의 조사다.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3차 조사(2006년) 이후 교회 전체적으로는 냉담교우 비율이 증가하고, 미사 및 성사 참례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반 신자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응답자들의 종교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응답자들이 ‘핵심 신자층’에 속한다. 둘째, 교회 주변부 층 신자 규모는 확대됐고, 핵심 신자층은 규모가 축소된 반면 종교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교회 중심부가 중산층화되면서 새로운 특성의 핵심 신자 집단이 형성됐다.
-교회 미래 전망
1차 조사(1986년)부터 4차 조사(2016년) 시기까지 30년은 교회와 사회 모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교회 안의 변화는 ▲중산층화 ▲양극화 ▲이데올로기의 신앙화 ▲양적 고도성장 ▲제도화 ▲긍정적 이미지와 높은 사회적 위신 등으로 요약된다.
양극화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종교성이 높은 소수 신자 층과, 소속 의식이 적고 다원적 속성이 강한 다수의 주변적 신자 층으로 양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4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망해볼 때, 우선 한국교회에서는 60대 이상 여성 신자 비율이 높아지고 신앙생활의 중심 단위는 부부 혹은 1인 가구가 될 것이다. 중산층이 중심이지만 자원동원 능력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이는 교회 침체의 원인이 될 것이다.
둘째, 공동체적 결속력은 더 약화될 것이다. 고령 신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젊은 세대들이 개인주의적 삶을 추구하고, 새 입교자는 감소하지만 이탈자는 증가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셋째, 핵심 신자층의 종교적 투신은 더 강화되지만, 주변부 다수 신자들은 더 주변화될 것이다.
넷째, 사회의식과 참여에 있어서 더 보수적이 될 것이다. 다섯째, 전통문화의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고, 이웃 종교에 대한 태도는 현재와 같이 종교성이 높아지고 ‘정통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더 배타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교세 감소가 현실이 되고, 교회 공동체도 크게 활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교회의 미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일 것이다.
-냉담 원인·대상·시기
주변부 신자층(냉담교우) 대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냉담은 특별한 신자, 즉 소극적이거나 입교 동기가 약한 신자들에게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냉담은 모든 신자에게서, 신앙생활의 모든 시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종합적으로 냉담 원인을 분석하면, 첫째 한국과 같은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는 종교간 이동, 개종이 활발하고 그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개인화, 사사화(privatization) 경향이 커졌다는 점이다. 신자들은 과거와 달리 제도에 얽매이지 않아 소속은 유지하지만, 종교 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세계화의 영향이다. 특히 인구 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톨릭교회의 근간인 속지주의가 약화되고 속인주의가 강해졌다. 이에 따른 심리적 변화와 변화된 삶의 방식이 냉담 원인의 하나로 나타난다.
넷째, 급변한 가구 구조의 영향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신앙 선택에서 가족의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다섯째, 교회의 사목적, 신학적, 교회적 실천도 냉담 원인이 됐다. 여섯째, 신자 일반이 갖는 편의적 신앙태도, 즉 교회 가르침을 내면화하지 않는 소극성이다. 마지막으로 ‘세속화’와 ‘탈 제도적 종교성’도 냉담에 영향을 미쳤다.
-질적 성장 필요
지난 30년 동안 천주교 신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주변화됐고, 이 층은 앞으로도 점점 더 두터워질 것이다. 핵심 신자층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조금 더 줄어들 것이다. 결국 한국 교회의 인적 구성은, 핵심 신자층이 좁아지고 주변부는 넓어져 타원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목적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양적 성장이 사실상 멈춘 상태이므로 신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목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신자 교육과 지도자(혹은 제자) 양성은 현재도 미래도 중요한 해결 방향이자 방법이다.
둘째, 교회는 공동체, 유사 가족 기능을 더 많이 요구받게 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신자들이 다양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사 가족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끼리, 신자들끼리 여러 일들에서 상부상조할 수 있는 계기들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자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여러 활동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보조성 원리에 입각해 이런 활동과 노력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교회사 안에서 반복해서 나타났던 것들이다. 이는 교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하는 것일 수 있고, 각자의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대체로 후자라고 생각해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문제가 나타났을 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나타나는 문제들은 남이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려서는 곤란하다. 먼저 자각한 이들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교회 구성원들 모두가 솔선해서 해결에 나설 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