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키엘 예언자는 백성들과 함께 바빌론에 유배를 끌려갔던 사제였습니다. 에제키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이 아니라 다른 민족과 그들이 섬기던 우상을 따라 살다가 유배를 끌려오게 되었는데, 이런 이스라엘로 인해 하느님의 이름은 온 세상에서 더럽힘을 당합니다.(에제 36,16-38) 오늘 1독서에서 에제키엘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유배 상황을 무덤에 비유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죽음을 맞게 되어 무덤에까지 끌려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온 세상에서 더럽혀지게 된 당신의 이름을 다시금 거룩하게 만들고자, 곧 당신이야말로 주님이심을 드러내고자 이스라엘을 무덤에서 꺼내어 되살린 뒤 그들의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땅으로 되돌려 놓으실 것입니다.(에제 37,14) 그리고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은 에제키엘의 예언처럼 50년이 지난 후 속박에서 풀려나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의로움 때문에” 성령께서 우리의 생명이 되어 주셨다고 말합니다.(로마 8,10) 죄로 인해 죽음을 맞은 우리가 성령 덕분에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는 말인데, 성령이 우리의 생명이 되어 주시는 것은 하느님의 의로움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의로움이란 하느님의 충실하심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선조들과 맺으신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분이시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우리 모두를 죄의 속박에서 건져내시고, 당신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들이신다는 말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말하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약속에 충실하신 의로운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죽음에서 구해내어 당신이야말로 참된 주님이심을 드러내실 것이라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죽었던 라자로를 다시 살리심으로써 당신이 바로 죽은 이들을 생명으로 이끌어 가는 분임을 드러내십니다. 당신이 바로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밝히시며, 당신을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믿는 이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요한 11,25) 당신을 통하여 에제키엘이 예언했던 일이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바오로가 말하듯이 하느님의 의로움이 비로소 드러났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모두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진다고, 그래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의로움, 곧 하느님이 의로우시기 때문이고,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덕분에 이루어지게 되리라고 증언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로 예수님처럼 영원히 살 것임을 믿는 이들입니다. 물론, 영원히 산다는 말을 지금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 육신 그대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장애를 지니고 있는 분들은 영원히 몸이 불편한 채 살아가야 하고, 불치병을 지닌 분들은 영원히 불치병을 지닌 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영원히 산다는 것은 죽음을 경험하지 않으리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겪는 죽음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옮아가는 과정임을 믿는다는 것이고, 우리 모두 부활하여 온전히 변화된 몸으로 영원히 살아가리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실제, 육신 그대로 부활한 나자로도 죽었고,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도 돌아가셨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의 의로움 덕분에 우리 모두 구원받아 영생을 얻게 되었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완전히 변화된 몸으로 부활하여 하느님과 영원히 살아갈 것임을 믿읍시다. 그러면 약속에 충실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의 힘으로 우리 모두를 무덤에서 건져내어 우리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땅, 영원한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