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신부)는 ‘IN MOMENTUM’(순간 안에서)를 주제로 성지 축성·봉헌 50주년 기념 특별전을 10월 21일까지 마련한다.
절두산순교성지는 처절했던 병인년 박해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 땅이다. 특히 이곳에 성당과 박물관을 짓고 축성한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축성·봉헌 50주년을 기념해 성지 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에서는 각 소주제에 따라 기증유물과 발굴유물, 환수유물, 매입유물 등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다.
성지는 전시 도입부에서 ‘소유에서 공유로: 기증의 인식을 바꾸다’를 소주제로 박물관 개관 전 준비 작업들을 보여준다. 개관 이후에도 지속해온 순교자유품수집운동과 기관별, 개인별 기증 사례들도 소개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는 교회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파리외방전교회 피숑 신부와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회장 조화수)가 수집한 유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피숑 신부가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하며 수집한 유리건판(1922~1945)에서는 6·25 한국전쟁 이전 우리 교회의 주요 행사들과 본당, 공소 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전시관은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다’를 주제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여사울, 계촌리, 삽티 등 박해시대 교우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발굴 작업과 시복을 위한 검토 및 유해 발굴 과정에서 수습한 순교자의 유물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발굴유물 이외에도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103위 성인 표준영정’과 순교자 현양과 시복시성을 대비해 제작한 순교자화들도 볼 수 있다. 모두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 시간 속에 묻힌 순교자들의 숨결과 자취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어 ‘성직(聖職), 역사가 되다’를 주제로 선보인 전시관에서는 개인의 삶이 곧 한국 천주교회 역사로 남게 된 역대 서울대교구장들의 유품과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 그리고 사제들의 기증품 등을 통해 근현대 교회사를 돌아볼 수 있다. 뮈텔 주교의 제의와 라리보 주교의 인장 등이 전시돼 있으며, 특히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敬天)’을 만날 수 있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글씨로,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어 ‘반가운 귀환’ 전시관에서는 파리외방전교회에서 돌아온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서한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성 오메트르 신부가 사용하던 제병기와 회중시계 등 성인들의 다양한 유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를 사다’ 전시관에서는 박물관이 매입한 유물들과 격년에 한 번씩 여는 가톨릭미술국제공모전 을 통해 수집된 성미술품들을 볼 수 있다. 박준 작가의 ‘현대 신앙의 십자가’와 배미경 작가의 조각 ‘나는 목마르다’, 설진화 작가의 그림 ‘하느님만으로 충분하도다’ 등이 전시돼 있다.
한편 염수정 추기경은 3월 25일 특별전 개막미사에서 “특별전은 과거와 현재의 신앙이 만나는 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염 추기경은 “따라서 이번 특별전이 순교정신을 계승하려는 교회의 열정과 순례자가 마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관람할 것을 당부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
김수환 추기경의 독일 뮌스터대학 학생증.
3월 25일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염수정 추기경이 유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1923년 드망즈 주교(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은경축 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