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오전 전남 진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열리는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그 가족을 위한 ‘4대 종단 종교예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대교구 이영선 신부를 비롯한 4대 종단 성직자들이 미수습자 가족들과 서망항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3년을 기다린 염원을 담은 간절한 기도가 진도 바다에서 올려졌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1075일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 남아 있을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는 종교예식이 3월 28일 오전 11시 사고 해역에서 열렸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천주교를 비롯한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 세월호 인양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진도 서망항에서 2대의 배에 나눠 타고 인양된 세월호가 떠 있는 동거차도 해역으로 이동해 각 종단별로 종교예식을 거행했다.
천주교를 대표한 민세영 신부(광주대교구 진도본당 주임), 개신교 측 호남신학대 교수 오현선 목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국장 지상 스님,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사무국장 장형규 교무 등 각 종단 대표들은 한마음으로 미수습자들이 온전하게 가족 품에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이영선 신부(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와 김준오 신부(목포시종합사회복지관 부관장)도 천주교 종교예식을 공동집전했다. 종단별 종교예식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종교예식에 함께한 이영선 신부는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정의로웠다면 벌써 해결됐을 문제”라며 “세월호에 가해진 시대의 폭력을 사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훼손된 세월호 선체 상황을 볼 때 미수습자들을 발견하는 것도 쉬울 것 같지 않아 간절한 기도를 드리게 된다”고 밝혔다. 세월호 미수습자인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도 종교예식에 참석하며 “마지막으로 기도하는 심정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4대 종단 종교예식이 열린 같은 시각 진도 팽목항에서는 진도군청이 ‘세월호를 보내며, 찾으소서 영면하소서’라는 제목으로 문화제를 열어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미수습자들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했다. 진도군립 민속예술단 추모공연으로 막을 연 문화제는 참석자 300여 명이 일제히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눈물 속에 마무리됐다.
세월호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3년째 꼬박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을 위해 봉사해 온 손인상(스테파노·69·진도 진길본당)-김영애(바울라·65)씨 부부는 이날도 오전부터 팽목항에 나와 “3년 동안 기도했던 그대로 미수습자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늘따라 더 간절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발표한 강론과 강의, 심포지엄 주제 발표 글을 모은 책 「강우일 주교와 함께 희망의 길을 걷다」 발간 인터뷰에서 세월호와 관련해 “녹슬고 상처투성이가 된 세월호를 보면서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 바로 그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정말 뭐가 문제였는지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활동이 중단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관할하는 수원교구는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4월 7일 오후 7시30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사건 3주기 합동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수원교구 내 각 본당에서는 추모미사를 앞두고 희생자 추모와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이동해 4월 10일 경부터는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이 이뤄질 전망이다.
진도군청이 3월 28일 오전 진도 팽목항에서 마련한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기원하며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