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 참가한 주교들이 3월 21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대강당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3월 21~24일 열린 춘계 주교회의 총회에서 올해 대림1주부터 사용될 새 「로마 미사 경본」 발행에 대해 본격 논의했다.
주교회의는 지난 2009년부터 새 미사경본 발행을 준비해왔다. 새 미사경본을 내기 위해서는 경본 및 필요한 기도문을 번역하고, 이를 경신성사성에 제출해 승인받는 과정을 수차례 거쳐야 한다. 그 결과 새 「로마 미사 경본」은 지난 2월 21일 교황청의 추인을 받았다. 미사경본과 같이 발행될 「미사 독서」는 지난해 11월 18일 추인됐다.
새 미사경본이라고 해서 내용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설명하며, “미사경본 내용 전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번역상 표현이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신자들의 대답 부분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례 사제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하면, 그동안 신자들은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올 대림부터는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고 답해야 한다. 이는 라틴어 경본의 “Et cum spíritu tuo”를 직역해 옮긴 표현이다.
또 거양성체 때 사제는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이라고 기도하게 된다. “보라”는 과거에 있었지만, 지난 1996년 개정판에선 빠진 바 있다.
또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복된 사도들과” 사이에 “배필이신 성 요셉과”라는 부분이 삽입된다. 감사송 등을 노래로 하길 바라는 사제들을 위해 새 미사경본에는 악보도 들어간다.
한편 어린이 미사에서도 앞으로는 어린이용 미사경본이 아닌 새 미사경본을 사용해야 한다. 다른 미사에서 겪는 아이들의 혼동을 피하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어린이 미사」는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다.
「가톨릭 성가」 수정보완판도 올해 말 출판된다. 이 책에는 그동안 저작권 문제로 빠졌던 성가들을 다시 싣는다.
아울러 주교회의는 「가톨릭 성가」와는 별도로 「새 성가 모음」(가칭) 출판을 준비 중이다. 새 성가책 시안에는 「가톨릭 성가」에 실린 곡과 새 성가 등 900~1000곡을 담는다. 주교회의는 내년에 시안 5000부를 제작해 3년간 평가시간을 갖는다. 새 책은 이르면 2021년부터 「가톨릭 성가」를 대체하게 된다.
또한 주교회의는 이번 총회에서 매장과 화장된 유골의 보존에 관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를 한국교회에 적용해나갈 지침에 관해 논의했다. 훈령은 화장도 가능하지만 산골은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 「상장예식」에 있는 산골 부분은 모두 빼기로 했다. 논란이 있는 수목장에 대해서 주교회의는 나무에 뿌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유골함을 나무 밑에 묻고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주교회의는 지침서가 마련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주교회의는 대통령의 탄핵과 이후 대선 정국이 이어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열렸다. 한국 주교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사회 문제를 고민하며, 사회의 쇄신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생명윤리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가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른 정책 질의서를 공동으로 작성해 대선 후보자에게 보내 의견을 묻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후보자의 의견을 교회 매체 등을 통해 신자들에게 알려, 신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 주교회의, 교회 공식 가르침 총망라한 「신경편람」 발간
2세기~2009년 문헌 650여 편 한국어로
수원가톨릭대 교수진이 2003년 발의
14년 만에 이뤄낸 한국 신학의 결실
역사적 이해 돕는 배경 설명도 덧붙여
3월 23일 열린 출판기념회에 전시된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
맥주로도 세례를 베풀 수 있을까? 고리대부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어떻게 변했을까?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지난 3월 20일 발행한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선언 편람」(1728쪽/12만 원, 이하 「신경편람」)에서는 위와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신경편람」은 신학 연구자들의 필수도서로 여겨지며, 초대 교회의 신앙 고백인 사도신경부터 고대·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총망라하고 있다.
- 2000년 교회 가르침 담아
「신경편람」에는 2세기부터 2009년까지 발표된 650여 편의 문헌들이 실려 있다. 신앙 고백문과 교회 교도권의 문헌도 담았다. 이에 따라 「신경편람」 제1부 ‘신앙 고백’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신앙 고백문인 ‘신경’의 원형으로 전해 내려오는 31개 단편을 소개한다.
제2부 ‘교회 교도권의 문헌’에는 제4대 교황 클레멘스 1세(서기 96년 경) 서한부터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마지막 회칙 「진리 안의 사랑」(2009년)에 이르는 문헌 618편을 간추려 실었다.
「신경편람」에는 이렇게 교황과 공의회의 공식 가르침이 그대로 실려 있어,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확고한 근거 자료로 가치가 높다. 또 「신경편람」은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회의 공적 가르침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다양한 주제에 관한 교회 문헌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간략한 배경 설명, 관련 문헌들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신경편람」은 ‘주제별 내용 색인’을 통해 가톨릭 교리의 정확한 근거를 찾도록 이끈다. 내용 색인에서는 편람의 내용을 ▲계시 ▲창조 ▲사회 ▲죄와 구원 ▲교회와 교계 제도 ▲전례 ▲종말 등의 주제로 분류하고 각 주제를 세분화한 후, 핵심 명제들과 근거가 되는 문헌들의 항 번호를 제시한다. 한국어판 기준 184면에 이르는 내용 색인은 다양한 교리 주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 14년 지난한 노력의 결실
「신경편람」 발행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진이 2003년 번역을 발의한 지 14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심상태 몬시뇰, 수원가톨릭대 교수 곽진상·황치헌·박현창·박찬호 신부가 번역에서부터 탈고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초역에는 서울과 광주 신학대학 교수 등 전국의 신학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역자들은 2세기부터 2009년까지 발표된 650여 편의 문헌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영어와 독일어판 등을 토대로 1차 번역을 한 뒤, 1차 번역본을 라틴어 원본과 비교하며 재번역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2015년 번역본을 탈고했으며 이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의 감수와 주교회의 홍보국의 편집 작업을 거쳐 한국어판을 완성했다. 번역 원본으로는 2014년 발행된 제44판을 활용했다.
한편 주교회의는 3월 23일 「신경편람」 발행을 기념해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 4층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번역진을 이끈 심상태 몬시뇰은 이날 “젊은 교수 신부님들이 ‘덴칭거’를 번역하자고 제안했을 때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머슴’처럼 일했던 신부님들과 함께 「신경편람」 번역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신경편람」은 초판을 펴낸 독일의 신학자 하인리히 덴칭거의 이름을 따서 ‘덴칭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신학을 공부하며 한국어 ‘덴칭거’가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면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모아놓은 「신경편람」의 한국어판 발행은 한국교회의 큰 신학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구입 문의 02-460-7582~3 주교회의 업무부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