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호는 그 신문의 얼굴이다. 신문 역사와 가치관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가톨릭신문 지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던지는 곳이기도 하다. 신문에 실리는 광고 역시 지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가톨릭신문에 실리는 광고는 시대상 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교회에서 중요했던 이슈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제호와 광고 변천사를 통해 가톨릭신문 90년 역사를 흥미롭게 반추해본다.
■ 제호
- 천주교회보
가톨릭신문 전신으로 1927년 4월 1일 창간된 ‘천주교회보’(天主敎會報) 제호는 2번에 걸쳐 디자인 변경을 했고 1953년 2월 5일자까지 사용됐다. 창간 당시 이 제호에 대해 일각에서는 “청년회에서 내는 청년회 기관지가 어찌 천주교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천주교회’를 제호에 넣었느냐”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간행되고 내용이 충실하게 갖춰지자 부정적인 견해 대신 신문을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 가톨릭신보·가톨릭시보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53년 3월 7일자부터 ‘가톨릭신보’(가톨릭新報)로 제호가 변경된다. 당시 사설에서는 제호를 바꾸게 된 사유를 이렇게 전한다. “천주교회보와 가톨릭신보라는 명칭이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전쟁 중인 상황)처럼 가톨릭의 시대 사명이 긴급하게 요청되는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사명을 다하고 시대 요구에 보다 더 충실하기 위해 제호를 바꾼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1954년 1월 15일자부터는 ‘가톨릭시보’(가톨릭時報)로 바뀐다. 관련 사설이 나오지 않아 특별한 이유가 설명되지는 않았다. ‘신보’와 ‘시보’ 모두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신문을 뜻하는 단어다. 3회에 걸쳐 디자인이 변경됐다.
- 가톨릭신문
1980년 4월 6일자부터 드디어 ‘가톨릭신문’(가톨릭新聞) 제호로 바뀐다.
당시 사설은 “시보나 신문이나 무엇이 다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 제호를 바꾸게 됐으니 실로 한국 매스컴 발전을 위해 뜻 깊은 일이라 할 것이다”라고 전한다. 한자를 병행한 세로형 제호를 사용하던 가톨릭신문은 1988년 4월 5일자부터 한글로 된 ‘가톨릭신문’ 가로형 제호로 변모한다. 이 제호는 서예가 김단희(金端喜) 선생이 쓴 글을 응용한 것이었다. 현재의 가톨릭신문 제호 디자인은 창간 79주년인 2006년 4월 2일자 신문부터 사용된 것이다.
■ 광고
- 가톨릭 ‘맞춤형’ 광고
가톨릭신문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들은 종교 신문이라는 특색에 맞는 상품을 내놓거나 특화된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1972년 12월 17일자 2면 하단에 실린 롯데제과 광고는 그 중 백미다. 성탄절을 앞두고 ‘만나’(하늘에서 내려온 과자)를 출시했다. 성탄절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용 과자였다. 포장지에는 12개 성경 구절이 적혀있었다. “카드로 잘라서 항상 가지고 다니며 외웁시다”라고 친절하게 적어두기도 했다. 가격은 한 개 20원(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100원).
1974년 5월 19일자에는 성바오로 여자수도회와 지구레코드가 제작한 ‘팝으로 엮은 성가’ 레코드판 광고가 실렸다. 한국 최초로 팝 형식으로 성가를 편곡 시도했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레코드판 앞·뒷면에 총 12곡이 실렸고 판매가는 900원.
- 시대상 드러내는 광고들
1960년대에는 신문만화 주인공 ‘고바우 영감’ 이름을 딴 ‘고바우 당구장’, 모기향 광고, 시골 초가집 지붕이 썩지 않게 만들어주는 약 등이 광고로 등장했다.
생활이 풍족해지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삼성전자(삼성반도체통신)가 ‘하루 한 번 부부 데이트’를 할 수 있다며 전화기를 소개했다.
1990년대 IMF 사태는 광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98년 1월 25일자 지면에는 가톨릭신문이 광고를 게재했다. 바로 IMF 사태 충격을 맞은 독자들을 위해 구독료 분납을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또 한시적으로 20면 발행하던 신문을 16면으로 줄일 수 밖에 없음을 광고를 통해 알렸다. 그해 오디오 업체 인켈은 “IMF 한파, 하느님 말씀으로 극복하십시오”라며 성경 오디오북 CD와 플레이어 광고를 실었다. 심야전력으로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보일러와 전기온돌 광고도 눈길을 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교회가 사회 이슈에 적극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광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명·환경 문제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2007년 4월 8일자에 주교단 명의로 ‘인간 배아 복제 연구 허용’에 반대하는 성명서 내용이 광고로 실렸다. 2012년 7월 15일자에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와 기관 단체들 명의로 ‘응급 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추진’을 중단하라는 성명서 광고가 나왔다.
현재도 부작용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2010년 8월 22일 평신도 4391명이 즉각 중지를 요청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