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5일 오후 포프모빌을 타고 이탈리아 밀라노의 몬차 공원에 들어서며 군중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5일 이탈리아 북부 경제와 패션의 중심도시인 밀라노를 방문했다. 교황은 밀라노 외곽에 자리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아파트를 제일 먼저 방문해 변방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 변방의 소외된 이들 우선
로마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아침 일찍 밀라노로 이동한 교황은 공항에서 밀라노대교구장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도착하자마자 밀라노 외곽의 ‘하얀집’이라고 불리는 빈민주거지역으로 향했다. 이 지역에는 이주민과 이슬람인, 집시들이 주로 거주한다.
교황은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군중들에게 “저는 한 사제로 이곳에 왔다”면서 “가톨릭교회는 중심에 자리잡고 앉아 기다리지 말고 변방에 있는 비그리스도인과 무신론자들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황은 이슬람인 이주민을 포함한 세 가정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교황은 이 구역의 공동화장실을 이용했으며, 교황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사진이 SNS에서 퍼지기도 했다.
■ 숫자보다는 누룩과 소금 역할
밀라노대교구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교구이며,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큰 교구다. 1100개가 넘는 본당에 500만 명 이상의 신자들이 있으며, 1800명의 사제와 7000여 명의 수도자가 사목 중이다. 교황은 두오모대성당에서 사제들과 수녀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했다.
교황은 수녀들의 수가 줄어들고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체념’하고 있다는 수녀와 이야기를 하며, 초창기 한국교회 모습을 상기시켰다.
교황은 “초창기 한국교회에는 3~4명의 중국인 선교사가 있었지만, 이후 200년 동안 평신도들이 선교활동을 수행했다”면서 “이것이 하느님께서 바라고 이끄시는 신앙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은 그 누구도 소금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으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세상은 우리에게 약간의 누룩과 소금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수도회 창립자들은 각 수도원이 이렇게 커지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리스도인은 그저 이 사회에서 다수가 되려는 노력보다는 누룩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오모대성당을 떠난 교황은 밀라노의 산 비토레 구치소를 방문했다. 교황은 이날 구치소에서 수감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교황은 구치소 내 경당에서 잠시 머물다 몬차 공원으로 이동해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몬차 공원에는 100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 집단 따돌림 막자
교황의 마지막 방문지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단 AC밀란과 인터밀란의 홈구장인 산 시로 축구장이었다. 교황은 이곳에서 8만여 명의 청년들과 만났다. 이날 청년들은 교황을 아이돌처럼 환영했다. 교황은 청소년들에게 기도하며 놀 것을 당부했다.
또 활기찬 웃음이 가득했던 축구장은 교황이 청소년들에게 늘어가고 있는 집단 따돌림에 대해 이야기하자, 한 순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기도 했다. 교황은 청소년들에게 누군가의 외모나 행동을 비웃은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요청했다. 이어 올해 견진성사를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견진 조건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않겠다고 예수 그리스도와 약속할 것을 당부했다. 밀라노대교구에서는 해마다 4만5000명의 청소년들이 견진성사를 받는다.
교황의 방문을 마무리하며 밀라노대교구장 스콜라 추기경은 “베드로가 있는 곳에 교회가 있고, 교회가 있는 곳에 죽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성 암브로시오의 말을 꺼냈다. 이날 스콜라 추기경은 교황의 사목방문에 대한 선물로 아파트 50채를 구입해 노숙인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혀 교황을 미소 짓게 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