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순수 계간 문예지 「천주교문학」이 창간되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전래된지 2백년이 넘는 현 시점에서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성 황석두 루가서원에서 순수 문예지를 창간해 냈다는 것은 정신문화 풍토가 날로 조악해져 가는 현시점에서 경하해 마지 않을 쾌거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천주교전래 역사가 당대의 선구적 문인, 학자들이 순교를 무릅쓰고 자생적으로 받아들여 전파한 세계 전교 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순수 전문 문예지가 탄생된 것은 그간의 역사적 필연성으로 보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천주교문학」창간호를 보면 가톨릭 문인들의 시와 소설, 수필, 동시, 동화 등이 고루 게재되어 있고, 특히 이 창간호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천주교문학」신인 문학상 당선 작품들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심사는 홍윤숙(데레사)-<시>, 이정호(요안나)-<수필>, 박완서(엘리사벳)-<소설>, 정채봉(프란치스꼬)-<동화>, 이일향(세레나)-<시조> 등 사계의 권위있는 문인들이 맡고 있어 당선의 영광을 안은 신인들은 물론 앞으로의 「천주교문학」의 앞길을 밝게 해주고 있다.
「천주교문학」격려사에서 김남수 주교님이 말씀하신대로, 「구원의 계시를 서술한 최초의 글이 구약성서이고 완성된 인간 구원을 서술한 글이 신약성서」이며 「신구약 성서보다 더 아름다운 문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성서를 바탕으로 지난 2천년 동안 무수한 신앙들이 아름다운 문학 작품들을 내놓은것」이다.
시인 구상씨는 권두언에서 「어떤것이 참다운 의미의 천주교 문학인가?」란 호두로 천주교문학의 요체를 피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예술은 윤리적 의무가 없지만 그 작가는 자기 완성에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일반 문학인들과 천주교 문학인들과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하겠다. 그렇다고 일반 문학인들이라해서 윤리적인 책임의식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천주교문인이라면 그 보다도 한단계 더 높은 차원에서 자기의 창작적 신념을 고양시켜야 하고, 그 지향점을 굳게 견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설가 한무숙씨가 축사에서 말한 대로 「글을 쓰는 가톨릭 문인들은 자신을 포함한, 회의를 하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결코 신을 떠날수 없는 약한 영혼들을 위하여, 그 회의를 통하여, 고뇌를 통하여, 죄를 통하여, 가난을 통하여, 인간의 약함을 통하여 선과 악, 사랑과 미움, 빛과 그늘 확신과 방황, 위대함과 왜소함, 아름다움과 추함, 죄와 벌, 기쁨과 슬픔, 올바름과 그릇됨-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을 통하여 신의 존재와 구원을 확인하고 찬양과 감사와 평화에 이르는 길-십자가의 길을 열네번의 일백배를 더 쓰러지면서 걸으며 만인의 길잡이까지는 못되더라도 동행자는 되어 줄수 있게 하는 것이 글을 쓰는 소명을 받은자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해인 수녀는 이런 안타까움을 「바다에서 쓴 편지」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짜디짠 소금무로/내 안에 출렁이는/나의 하느님/오늘은 바다에 누워/푸르디 푸른 교향곡을/들려주시는 하느님//가까운 이들에게조차/당신을 맛보게 하는 일이/하도 어려워/살아갈수록 나의 기도는/소금맛을 잃어갑니다.//필요할 때만 찾아쓰고/이내 잊어버리는/찬장 속의 소금쯤으로나/당신을 생각하는/많은 이들 사이에서/ 나의 노래는 희망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우리 모두 「천주교문학」을 통하여 하느님의 실체를 감동으로 맛볼수 있다면 이는 또 하나의 은총이고, 더없는 천상 영복에 이르는 지름길일 것이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산고의 고통을 맛보고 태어난 「천주교문학」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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