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달려 오던 화물 트럭에 받쳐 승용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죽은 사람은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했습니다.
고속도로를 가다보면 유난히 빨리 달리는 차를 자주 보게 됩니다. 아마도 대단히 바쁜 일이 있을 거라 여기지만, 다음 휴게소에 가면 영락없이 거기서 만납니다. 우리가 충분히 휴식하고 떠날때까지 그 차는 그냥 있었지만 우리가 얼마 안가서 그 차는 우리 옆을 스치며 신나게 달려 갑니다. 가끔 그런 차가 경찰한테 붙들려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 차는 두 가지 이유로 빨리 달립니다. 첫째는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한 것이고, 둘째는 휴게소에서 좀더 오래 쉴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말하자면 자기가 이러한 것들을 즐기기 위하여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속의 대상이 됩니다.
요즘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가 그러는데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건물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람 밑에 깔려 죽은 사람』이라 합디다. 사람이 많아지니까 별별 사람도 다 있지만, 죽는 사람도 많아지니까 죽는 형태도 여러 가지일 뿐 아니라 억울하게 죽는 경우도 점점 다양해진다는 생각을 합니다.
근년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얘기도 적잖게 들어왔습니다. 어떤 이는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고 어떤 이는 고문에 못이겨 죽었습니다. 그리고나면 죄는 보통 죽은 자들이 다 뒤집어 씁니다. 그러면 죽는 것도 억울한데 죽은 다음에는 더욱 억울합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을 원망할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일도 많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향락 때문에 희생된다는 것은 인권유린이라도 보통의 것이 아니므로 인신매매범은 사회로부터 보다 큰 지탄을 받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또다른 부류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고 잇던 그 수 많은 아이들! 연간 1백30만에서 1백50만으로 추산되는 아이들 햇빛도 보지 못한채 사라져갑니다 이 수자는 연간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자를 훨씬 상희 한다니 생겨난 어린 싹의 절반 이상은 부모에 의하여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옛날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나 걱정이 돼서 태어날 때 운다고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가장 위험한 시기를 거쳐 살해사망률이 2대1이 넘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 했기에 감격의 울음을 운다고 합니다.
「개구리 소년」5명을 위하여는 온 나라 국민이 떠들썩한데 또 인신매매범은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데는 모두들 숨소리를 죽이고 묵묵히 있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들이 저지른 죄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결코 위선자는 아니란 생각을 합니다.
이 억울한 죽음에 목소리를 높혀 봤자 자신의 양심만 켕길 테니까 아예 모른체하고 지내는 것이 속 편하리라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는 생긴 아이 때문에 몰래 병원에 갔다 와서 『낙태하지 맙시다』하고 다닌다면, 선거철에 『부정한 돈은 주지도 받지도 맙시다』하는 사람들이 주는 돈은 챙기고 안 주면 달라하는 사람들, 표를 얻기 위하여 법을 어겨가며 몰래 돈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과 똑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긴 낙태도 엄연히 법적으로는 마구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들은 법을 어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수가 없어 들키는 것이 문제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 뒷탈이 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신문과 TV를 통하여 외국 가수가 왔을 때의 난장판을 보면서, 『적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적게 낳긴 했어도 잘 키우진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갓난 아기 시절엔 소한테서 우유 먹여 키우고, 겨우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서는 속셈, 주산, 미술 피아노 학원에 맡겨 키웠으니, 그 이유 또한 자녀를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만큼은 잘 교육시키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녀를 학원이나 학교에 맡겨버림으로써 자신은 자녀 교육이라는 짐으로부터 해방된다는 마음도 큽니다.
적게 낳은 이유가 솔직히 잘 키우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자식 때문에 부모자신의 삶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가족계획도 성공적이고 또한 쉽게 병원도 찾는게 아닌지? 되도록 적게 낳고 『우리도 인생을 즐기자』하는 것은 참 매력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가 부모의 머릿속에 있어 생활을 지배하는 한 우리의 자녀들은 바로 TㆍV에서 본 그 학생들 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들 학생들을 지탄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사실은 그 부모들을 지탄하고 더욱 걱정해야 할것입니다. 학생들은 나중 걱정이고 부모들은 지금 걱정이이니 말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오늘 성경 말씀대로 『장님에게 장님을 인도』하게 한 꼴입니다.수 많은 태아들은 부모가 즐기며 살 수 있도록 죽어준 아이들입니다. 위령비를 세워준다면 죽어서도 약이 오를테니, 차라리 효자비를 세워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신이 즐기기 위하여 고속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는 차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므로 경찰이 단속을 한다면, 부모가 즐기기 위하여 자식을 희생시키는 것도 더욱 단속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자신들도 단속의 대상이 되니까 묵계하에 서로 가만히 있기로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생겨나서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살해 되어도 아무도 규탄하거나 아쉬워하지도 않은 억울한 죽음, 이 또한 부모의 안락한 삶을 위하여 자기 부모에게 버림받아 살해된 억울한 아이들의 죽음이 이 땅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아이들을 참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맡겨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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