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을 회복하는 것은 부활을 체험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지난해 12월 25일 세례 때의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고 있는 잠비아 어린이의 모습.
남편을 잃고 이겨낸 삶의 무게가 너무 커서 남편과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은커녕 원망만이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활이란 아름다운 기억들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실의에 빠진 제자들에게 자신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기억들을 회복시켜 줬습니다. 막달라의 여자 마리아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토마스 사도도, 다른 제자들도 그렇게 주님과 함께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며 부활의 삶을 살아갔습니다.
기억이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하루는 공소회장의 부탁으로 환자 방문을 갔습니다.
그 환자는 시집간 지 얼마 안 돼 어머니를 여읜 후 잔병치레를 하다, 요즘 더욱 심각하게 병을 앓고 있는 30대 중반의 젊은 여성입니다. 꿈에서 어머니가 나와, 자기를 데려가려고 한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혼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어머니가 위독해지셨는데, 친정 식구들이 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답니다. 이웃들로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문하러 친정에 왔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는데, 그 후로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합니다.
어머니와의 사별여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도 굉장히 소원해진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기도를 해주고 왔습니다. 몇 주 후, 다행히도 가족들이 먼저 그녀에게 용서를 청하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오해를 풀고 서로 화해를 했다고 합니다. 이후론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을 회복하는 것은 부활을 체험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근심과 걱정, 고통과 슬픔이라는 삶의 무게들이 너무 클 때, 우리는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가 그 기억을 무덤에 가두고 외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죄로 인해 멀어지고 가려졌던 하느님과의 원래의 복된 기억을 회복할 때,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부활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