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제74회 아퀴나스 합창단 정기연주회 후 담당 최호영 신부(앞줄 중앙)와 단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퀴나스 합창단 제공
1967년 10월의 어느 주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오후 5시 미사 성가 봉헌을 위해 젊은이들이 모였다. 14명 남짓한 적은 인원으로 성음악 전례를 담당했던 이들은 고 박고영 신부(1919~2014·예수회)의 지도와 지휘 아래 합창단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를 주보로 한 ‘아퀴나스 합창단’(단장 최경일, 지휘 한상우, 담당 최호영 신부)의 시작이었다.
‘가톨릭 교회음악을 통한 복음전파’와 ‘전통 가톨릭 교회음악의 발굴·연주·보급 및 인재양성’, ‘성음악 미사 봉헌과 연주회 개최’ 등을 취지로 한국 가톨릭 교회음악계에 발을 내디딘 아퀴나스 합창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았다.
8일 열리는 아퀴나스 합창단 창단 50주년 기념 연주회 포스터.
합창단은 4월 8일 오후 8시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대성당에서 50주년 기념연주회를 개최, 반세기에 걸친 발걸음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향한 자리를 갖는다.
‘바흐의 마태오에 의한 주님의 수난기’가 연주되는 이번 공연에는 서울대교구 이상민·이승훈 부제가 각각 ‘예수’와 ‘복음사가’ 역으로 함께한다. 또 담당 사제를 맡고 있는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대학 교수)가 오르간을 맡아 눈길을 끈다. 특별히 이번 연주는 전곡을 새롭게 한글로 완역해 공연하는 첫 시간으로서도 의미가 크다. 1980년대부터 매년 사순시기에 예수 수난 묵상 음악회를 열어 한국 가톨릭 합창계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왔던 아퀴나스 합창단의 면모가 다시 한 번 드러나는 부분이다.
1976년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첫 번째 음악회를 가진 이래 지금까지 74차례의 정기 공연을 해온 합창단은 사순시기 수난 묵상 음악회를 포함, 매년 두 차례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그간 열렸던 특별 공연과 초청 공연은 수백 차례에 이른다. 아울러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다수의 본당에서 정기적인 성음악 미사봉헌을 해왔다. 현재는 서울 자양동본당과 대치2동본당에서 매월 두 차례 성음악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2007년에는 ‘아퀴나스 앙상블’(대표 변지영)을 창단, 전문 합창단으로서의 입지를 높였다. 이 모든 노력들은 합창단의 창단 정신을 이어가는 기반이다.
국내에 소개한 교회 음악들만 600여 곡. 그레고리안, 폴리포니, 바로크 시대 바흐나 헨델의 곡 등을 아우르며 교회음악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작품들을 알려왔다. 모든 가사는 한국말로 번역해서 노래한다. “그냥 노래를 부르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가톨릭교회 안에 아름다운 교회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내용과 의미는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뜻에서다.
아퀴나스 합창단은 올해 후반기에 헨델의 ‘메시아’를 전(前)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50년의 자취를 다시 한 번 기념할 예정이다. 이 곡은 1977년 합창단의 첫 공연 때 무대에 올렸던 레퍼토리다. ‘시작’을 기억하면서 50년이 주는 뜻을 되새긴다는 의미다.
최호영 신부는 “50년 동안의 시간을 통해 한국 가톨릭 음악 발전의 텃밭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고 아퀴나스 합창단을 평가했다. 최 신부는 “유럽의 교회음악을 꾸준하게 연구하고 연주하는 합창단이라는 의의가 매우 크다”고 덧붙이고 “이러한 성장과 열매를 수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폭넓은 전례적 문화적 풍토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의 010-7246-5933, 02-587-4566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