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73보병사단 충일성당, 사순 맞아 남한산성성지 순례
“주님 고난 묵상하며 힘든 전우들 떠올렸어요”
예비신자 등 40여 명 참석
작년, 6년 만의 세례식 봉헌 후
내외적 성숙 위해 다방면 노력
군종교구 육군 제73보병사단 충일성당 신자들이 3월 19일 사순시기를 맞아 남한산성성지 순례와 미사 봉헌을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수습기자
군종교구 결전본당(주임 최현묵 신부) 소속 경기도 남양주 육군 제73보병사단 충일성당 신자들이 3월 19일 사순시기의 의미를 묵상하며 남한산성성지 순례에 나섰다. 평소 복무하던 부대를 나와 가벼운 사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었지만 마음만은 경건했다.
충일성당 사목회(회장 신준식 중령)는 사순시기를 가장 잘 사는 방법으로 73사단에서 멀지 않은 순교성지인 남한산성성지 순례를 준비했다.
순례에 앞서 사목회 전례분과에서 사순시기의 의미와 전례, 사순시기를 맞는 신자들의 마음가짐을 설명하는 자료를 미리 신자들에게 배포했다. 이뿐 아니라 남한산성성지가 가톨릭 순교성지가 된 유래와 다른 성지와 구분되는 특징, 남한산성성지 최초 순교자인 한덕윤(토마스)이 순교하기까지 지킨 신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를 신자들에게 나눠줬다.
군종교구 육군 제73보병사단 충일성당 신자들이 남한산성성지 순례를 하고 있다.
남한산성성지 순례에는 73사단장 김창영(페르디난도) 준장과 사목회장 신준식(콜베) 중령 등 사목회 임원진, 성모회 회원, 자녀들까지 40여 명이 함께했다. 군종교구 소속 신자들이 성지순례에 나서는 일도 드문 일이지만 참여 인원으로 보면 웬만한 군본당 이상이었다.
특히나 4월 중 세례를 앞두고 있는 예비신자 박정필 대위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신자 이정희 대령 등도 성지순례에 동참해 부대 간 교류에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육사 동기생인 73사단 노경찬(바오로) 대령의 권유로 성지순례에 참여했다는 이 대령은 “예전에도 천주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주교 입교를 망설이고 있다가 이번 충일성당 성지순례를 계기로 예비신자 교리를 받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바지 예비신자 교리를 받는 중에 성지순례에 나선 박 대위도 “성지순례에는 처음 오게 됐는데 산행을 간다고만 알았다가 사순시기와 순교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당하신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천주교 초기 순교자들의 삶에 대해 듣고 내가 겪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닐 뿐더러 앞으로 어떠한 험난한 길이 나에게 주어지더라도 다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한 순례는 점심 식사를 겸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까지 이어진 뒤 남한산성성지 성당에서 최현묵 신부 주례로 봉헌된 미사로 마무리됐다.
미사에는 73사단 병사 신자들과 이형복(요셉·68·의정부교구 지금동본당)씨 등 인근 민간본당 봉사자들도 함께했다.
최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오늘 복음말씀에서 예수님이 비천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부탁하신 것은 우리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라는 호소”라며 “남한산성성지 성당에서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순교자들의 믿음을 묵상하고 힘들어하는 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자”고 당부했다.
2010년부터 군종교구 결전본당 소속 공소로 운영되고 있는 73사단 충일성당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다가 2015년 12월 김 준장이 사단장으로 부임한 뒤 신앙의 모범을 보이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6년 만에 세례식이 열리기도 했으며 주일미사에 50명 안팎의 신자 장병들이 꾸준히 함께하는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 충일성당 사목회장 신준식 중령
순교 신앙 배운 기회… 신앙공동체로 성장 다짐
군종교구 충일성당 사목회장 신준식(콜베·사진) 중령은 “육군 제73보병사단 인근 성지들인 마재·구산·천진암·남한산성성지 등의 사목회 임원들과 논의해 초창기 박해 역사가 서려 있는 남한산성성지를 순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3월 19일 주일, 모처럼 따뜻하고 화창한 봄날씨를 맞아 73사단장 김창영(페르디난도) 준장과 부대 간부 신자들은 신해·신유·기해·병인박해 시기에 수백 명의 순교자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지인 남한산성성지를 순례했다. 남한산성성지 측에서도 군인 신자들이 순례를 온다고 반가워하며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흔쾌히 성당 사용을 허락했다.
신 중령은 “충일성당이 지금은 공소지만 20가족 이상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다 청년회 소속 간부 신자도 10명이 넘어 활성화 정도만 보면 본당급 공소”라며 “인근 의정부교구 본당들과 군종후원회, 군선교단 선교사들이 주시는 도움이 충일성당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간부 외에 병사 신자들도 30여 명이나 있어 ‘병사 사도회’를 대학교 동아리 형식으로 만들어 수요일 병사 공소예절을 짜임새 있게 드리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중령은 “지난해 5월 충일성당에서 6년만의 세례식이 열린 뒤 세례 받기를 원하는 장병이 2~3명이라도 있으면 군선교사님들이 예비신자 교리를 실시해 새 영세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김창영 사단장님 부임으로 면모를 새롭게 한 충일성당은 신자 모두가 뜻을 모아 앞으로도 성장하는 신앙공동체를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