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 신부님,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신앙인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띠노 : 앞서 우리는 참여를 통해 공동체를 바라보고 공동선을 지향할 때, 그 공동체를 완성할 수 있고 이렇게 완성된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시몬 : 제 주위에는 선거와 같은 참여 문제에 아예 무관심한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아요.
띠노 : 그러한 모습은 선거에 대한 잘못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국민들 가운데는 마치 선거제도가 자신들의 이기적 욕구를 위해 존재하는 양 자신에게 더 이득이 되는 조건을 얻고자 이 제도들과 타협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다른 한쪽에서는 선거 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에 과도한 제한을 둬서 국민들이 투표하는 것을 꺼리기까지 하는 관행들도 있습니다.
덕이 : “모든 민주주의가 참여 민주주의여야 한다”고 배운 기억이 나요.
띠노 : 맞아요.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개개인의 올바른 참여가, 나 자신만의 이기적인 이익이 아닌 사회 공동체를 바라보며 공동선을 꿈꾸고 있는 우리 모두의 참여가 바로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이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시몬 : 민주주의의 꽃이 ‘투표함’에 있다고 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군요.
띠노 : 선거뿐만 아니라, 이미 그 이전의 모든 단계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그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시몬 형제가 한 말이 꼭 100% 들어맞는 얘기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의 참여가 투표함을 통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덕이 :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시민 대다수의 합리적 결정으로 이뤄낸 결과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겠군요.
띠노 :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인간 존엄성을 부정하는 통치자는 일반 국민들을 ‘어리석은’ 사람들, ‘다스려야 할’ 사람들로만 여기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이념도 신념도 조종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몬 : 몇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웠던 때가 적지 않았던 것 같아요.
띠노 : 그럴수록 신앙인들이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정치인들, 또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자들은 국민들 개개인의 바람을 실현해 주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국민 모두를 위한, 곧 공동선을 실현해야 할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을 선택할 때, 나의 기준은 공동선에 있는지, 혹은 우리 자신과 주변의 이익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리들을 준수하는, 적어도 그 원리들을 존중하는, 곧 인간을 존엄하게 바라보며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는, 특정 계층이 아닌 공동선을 꿈꾸는,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이들을 선택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교구 사제 인사로 민경일 신부님이 해외선교 소임을 맡게 되셨습니다. 지금까지 ‘펀펀 사회교리’를 집필해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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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민경일 신부(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민경일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시민사회학을 전공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 서상덕·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