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남수단의 기근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국제사회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남수단은 식량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근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후의 영향입니다. 작년에 강수량이 적어 전체적으로 수확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남수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둘째는 내전의 탓입니다. 작년 7월 주바에서 대통령 측과 전 부통령 추종자들 간의 싸움이 벌어진 이후,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인 싸움이 일어나면서 도로가 차단되고 일부 지역은 고립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수확을 하지 못해 남수단의 농업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내전의 영향이 없는 곳에서도 부족 간의 다툼으로 인해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곳에선 9월이 지나면서 땅콩을 수확하기 시작하고, 12월에 수수를 수확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7월부터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른바 ‘보릿고개’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때라면 지금은 식량이 아직 여유가 있을 시기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본당에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수확량이 너무 적어서 벌써 곡식이 떨어졌다는 사람, 부족 간의 싸움 때문에 추수도 못하고 도망 나왔다는 사람, 얼마 없는 곡식을 누군가 다 훔쳐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들의 말을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에 수확을 했을 텐데 벌써 떨어졌단 말인가! 하지만 곧 이들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대기근을 겪고 있는 남수단 어린이들이 적은 양의 곡식을 빻아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본당에서도 이들을 위해 조금씩 도움을 주고는 있지만, 현지 곡식 가격은 높아지기만 하고, 저희도 곡식을 구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케냐에서 수입을 하려고 했지만, 케냐 정부에서 기근을 이유로 당분간 식량 수출을 금지시키는 결정까지 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최소한 땅콩을 수확할 수 있는 9월까지는 상황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갑작스럽게 본당에 도움을 청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본당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은 사람, 배고프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이들을 다 먹일 수 있을까.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베푸시기 전 제자들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고민하고 기도하게 됩니다.
마더 데레사 성녀의 일화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많은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었냐는 질문에 성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는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오천 명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며칠 전 올해 첫 비가 내렸습니다. 아직 우기가 시작되려면 많이 남았지만, 이는 곧 우기가 시작될 것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왠지 모르게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이곳에서의 비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시원한 비에 더위가 지나가듯, 세상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 기근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합니다.
※ 후원금은 수원교구 해외선교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 후원 ARS : 1877-0581
※ 후원 계좌 :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기도 후원 안내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봉헌한 뒤 해외선교후원회로 알려주시면 영적꽃다발을 만들어 해외선교지에 전달해 드립니다.
※ 문의 031-268-2310 해외선교후원회(cafe.daum.net/casuwonsudan)
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