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가 끝났다. 드디어 ‘부활’이다. 담배를 끊고 돈을 절약하고 쓰레기를 줄여온 여정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부활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죄를 대신해 수난 당하시고 ‘영원한 생명’이라는 선물을 주신 예수님의 그 사랑을 다시금 되새겼다. 그 모범을 따라 매일의 삶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지난 시간, 내 삶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하느님 앞에 겸손하라’ - 남승현 수습기자
큰소리쳤던 나, 겸손을 배웠다
후회와 자책감마저도 희망의 표징
잊지 못할 사순 시기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금연을 실천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대신해 고통 받으시고, 우리는 이를 통해 구원의 은총을 선물 받았다. 이러한 예수님의 발걸음을 한 걸음이라도 따르고 싶었다.
해마다 사순 시기를 맞이하면 많은 신자들이 희생과 절제 등의 도전에 나선다. 그런 신자들을 보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특히 혼자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처럼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면 더욱 그랬다.
지난 사순 시기, 하느님을 향한 실천엔 ‘배움’이 있었다. ‘금연’을 통해 절제를 실천한 나의 배움은 ‘겸손’이다. 십자가 한번 기꺼이 짊어지겠다고 소리쳤지만 쉽게 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도전은 벚꽃 잎 떨어지듯 가볍게 끝이 났다.
지난 주 ‘실패’ 기사가 나가고 나서 지인들의 연락이 오갔다. 저마다 강론(?)을 펼치며 한 수를 둔다. 반대로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다시 돌아왔구나!’ 만나면 담배부터 피자고 한다. 여러 반응들이 있었지만 응원해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번 기사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독자들과 가족, 지인들의 응원을 받았다. ‘대단하다! 열심히 해라’는 독자들의 격려, ‘급한 마음먹지 말고 기도하며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 ‘이번 기회에 담배와 영원히 작별하라’는 지인들의 당부 등 나의 도전에 힘이 되어준 소리들이다. ‘비다누에바’ 봉사자들은 매주 SNS를 통해 내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사진으로 얼굴까지 실렸으니 금연 도전이 생중계되는 느낌이었다.
마더 데레사는 기도에 관한 묵상집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에서 “진정한 겸손을 얻으려면 굴욕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실패는 굴욕을 경험하게 했다. 미안한 마음과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마치 죄를 짓고 후회하고 또 죄를 짓는 모습 같았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것이 부활의 기쁨이요, 희망이 아니겠는가!
금연을 시작하고 나서 개인적으론 긍정적인 변화들도 많이 겪었다. 특히 보는 이들마다 피부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실내조명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거울을 보니 좋아지긴 한 것 같다.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좋다. 항상 담배를 피우고 오면 ‘격한’ 냄새 때문에 눈치 보기 일쑤였는데 그럴 일이 없어졌다.
금연을 하면서 저축한 돈은 ‘한국카리타스 해외원조 후원’으로 오롯이 기부했다. 무엇보다 큰 기쁨이었다.
예수부활대축일, 오늘이 있기까지 실천해온 사순체험을 통해 배운 ‘겸손’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앞으로도 일상에서 꾸준히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며 낮은 자의 모습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따라가고자 노력해보겠다. 이번 사순의 경험이 끝이 되지 않길 바라며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 ‘내 인생의 진정한 부활 시기’ - 성슬기 수습기자
도전은 성공! 부활의 기쁨으로 ‘두근두근’
절제의 삶 살며 이웃 배려하는 마음 배워
두근두근. 내 마음 속에서 부활초가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한다. 살면서 이렇게 부활 시기를 기다린 건 처음이다.
사순 시기를 돌아보면 매일 매일이 고비였다. 특히 성주간에는 2만원 남짓으로 생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절제해야 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마지막 성주간에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때때로 ‘배고픔’이라고 느낄 만큼 간식이 먹고 싶을 때면, 힘겨울 뿐 아니라 짜증도 몰려왔다.
‘이러려고 돈 벌었나.’
자만심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있으면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충족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유혹은 많아진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박탈감 또한 그만큼 크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한 취업준비생이 요즘 미세먼지 문제로 고민한다는 기사를 봤다. 개당 1000원이 넘는 일회용 방진·황사마스크 가격이 부담돼서다.
돈 한 푼 없이 ‘기생’하던 취업준비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전히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청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렸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려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지난 사순 시기 동안,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가난과 불의로 고통 받는 형제들을 돕는 길이자 자연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인 행위”(206항)라고 강조하셨다.
이번 사순 도전, 성공이다! 사순 시기 가계부를 보면 의복·미용비 지출액이 0원이다. 이번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또 2월 지출액과 비교해보면 식비도 ⅓ 정도 적게 지출했다. 물론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 도시락을 비롯해 주변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이지만 말이다. 대신 교통비는 많이 줄이지 못했다.
4가지 항목 ▲식비 ▲교통비 ▲의복·미용비 ▲모임비에서 가장 줄이기 힘들었던 금액은 ‘모임비’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도 동기들과 함께 맥주 한 잔도 즐길 수 없었고,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의 유혹에 빠져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집으로 곧장 가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아주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내 덕분에 주님께로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입사 기념 선물은 아무래도 ‘겸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도전을 통해 매 순간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바로 수많은 물질적 유혹이었다. 조금 더 편하려는, 조금 더 먹으려는, 조금 더 가지려는 유혹이 끝없이 이어졌다. 40일간 광야에서 수난 당하면서도 유혹을 물리치신 예수님을 따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유혹이 컸던 만큼 그것을 이겨낸 시간, 그리고 맞이한 올해 예수부활대축일이 내겐 더욱 특별하다.
■ ‘부활을 기다리며, 비워낸다는 것’ - 권세희 수습기자
편리함과 욕심을 비워냈던 날들
모든 창조물에 대한 사랑 깨달아
드디어 예수부활대축일이다.
솔직하게 말해 사순체험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떤 면에선 좀 쉬운 실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어렵다는 생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또 얻을 수 있었다.
특별히 ‘의식’하고 생활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회용 젓가락, 일회용 컵, 냅킨, 갖가지 포장과 택배박스, 남겨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 등 셀 수 없었다. 별 생각 없이 쓰던 것들을 갑자기 줄이려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불편’들을 감수해야했다.
사순 시기 전에는 없던 물건들이 생겨난 것도 있다. 일회용 컵이 쌓여있던 부엌 한 켠에는 ‘산악용 철제 컵’이 자리를 잡았다. ‘음식물 건조망’도 마련했다. 이렇게 사순시기 동안 우리 집안에는 다양한 것들이 생겼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쓰레기를 줄인다’라는 생각보다는 ‘쓰레기를 만드는 내 안의 욕심들을 비워낸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냥 ‘편하니까’ ‘예쁘니까’ 하면서 배출했던 쓰레기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편리와 욕심들을 비워내야 했다.
사순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뭘 해볼까 고민했다. 그래서 마지막 주엔 물리적으로 보이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마음 안에 있었던 불필요한 감정들을 비우는 시간’도 가졌다. 예수 부활을 더 경건하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사순 시기 동안 ‘쓰레기를 줄이기’를 하면서 기쁜 마음만 가득했다면 거짓말이다. 늘 쓰던 것들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들었던 못마땅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마음을 괴롭혔던 불편한 생각들을 정리하도록 했다.
그간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노트에 써봤다. 비워내고 싶은 감정들을 쓰고 작성한 노트를 읽어봤다. 생각보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작성한 노트를 가지고 가족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고민을 가볍게 털어놨다. ‘마음속의 고민’을 말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 하나’를 줄이는 일보다 어쩌면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했던 고민들이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음식물 건조망에 바짝 말려 무게가 줄어든 음식물 쓰레기’처럼 훨씬 가벼워졌다. 처음엔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고 마음의 무게도 훨씬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순체험을 하면서 각자 느꼈던 점도 이야기를 나눴다. 사순 시기는 뜻밖에도 많은 것을 선물하고 있었다. 우선 가족 모두가 ‘혼자 실천하면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모이면 환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활 시기, 그 어느 때보다 부활의 기쁨이 크게 느껴지고 마음이 충만해진 것을 느낀다. 하느님께서는 이번 사순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