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울원자력 발전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탈핵’ 의식이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경주 대지진 이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제19대 대선에서는 ‘탈핵’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 문제가 큰 이슈로 제기될 전망이다. 대선 주자들의 ‘탈핵’ 정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탈핵 진영은 이번 대선과 올해를 ‘탈핵 원년’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탈핵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은 자체적으로 탈핵 로드맵을 제시해 대선 주자들, 나아가 새 정부의 정책 수립과 실행에 반영되도록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잘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 등을 통해 탈핵 및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요청하는 전국적 시민사회운동을 전개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지지를 표시, 탈핵천주교연대(공동대표 조현철·박홍표·문규현 신부)를 중심으로 전국적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은 지난 3월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6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냈다. 그 결과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심상정(정의당) 후보가 답했고, 유승민(바른정당),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는 모두 계획 중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와 노후 원전 폐쇄에 찬성했다. 건설 중인 핵발전소는 백지화하거나 일단 중단한 후 국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11기(건설 중 5기, 건설 예정 6기)를 짓고 있거나 지을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문 후보는 “건설 중인 핵발전소 중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을 중단하고, 신울진 1, 2호기, 신고리 4호기는 전문가 검토와 국민 여론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월성 1호기 폐쇄 판결에 대한 항소는 취소할 것’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건설 중인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우선 공사를 중단하고 국민여론을 수렴해 최종결정하고, 계획 중인 발전소는 백지화하며 노후 핵발전소는 폐쇄할 것이라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동시에, 건설 중이든 건설 계획 중이든 모든 신규 핵발전소를 ‘백지화’할 것이라고 보다 더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정책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언론에 보도된 발언들을 보면 역시 핵발전소 정책 재검토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핵발전소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약이나 의견을 거의 표명하지 않고 있다.
가장 선명한 입장을 보이는 후보는 문재인, 심상정 후보다. 두 후보는 최근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사람들’(이하 ‘핵안사’)이 탈핵 현안 지역 주민조직들과 함께 4월 14일 추진한 탈핵 정책 협약에 응답했다.
‘핵안사’는 주요 5개 정당 후보에 정책 협약을 제안, 문ㆍ심 후보가 가장 먼저 응답을 보내와 ‘건설 중인 핵발전소 건설 중단’, ‘신고리 5, 6호기 전면 백지화’ 등 6개항 탈핵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협약에 의하면, 이들은 “대선 이후 6개월 이내에 대통령 직속으로 (가칭) 탈핵국민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탈핵 로드맵을 논의”하게 된다.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이미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각각 2060년까지, 2040년까지 ‘원전 제로’ 국가가 되도록 탈핵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후보들의 핵발전소와 에너지 정책은 대체로 탈핵 쪽으로 가닥이 잡히기는 하지만 명확한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탈핵 정책들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각 후보들마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재검토’, ‘건설 중단’, 혹은 ‘백지화’ 등을 구분하면서, 관련 사안들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