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1985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국어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운동을 하다가 수감된 적도 있다. 제19대에 이어 현재 제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회의원 명함 뒷면엔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시어를 새겨뒀다. 「접시꽃 당신」, 「흔들리며 피는 꽃」 등의 시집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마음의 쉼표」 등의 산문집 다수의 저서들을 냈고, ‘정지용 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나는 수련에게 왜 더러운 진흙 속에 뿌리 내리고 있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진흙이야말로 존재의 바탕이요 수련의 현실이며 운명입니다. 사람들은 제게 왜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느냐고 묻습니다. 진흙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 현실 아닐까요? 고통과 절규와 슬픔과 궁핍과 몸부림의 현실. 그 속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요?”
시인은, 세월호 참사를 보고 슬퍼하지 않으면 분노하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식 잃은 부모에게 ‘그만 슬퍼하라’고 다그치면 그만 슬퍼질까. 그 말이 과연 온당한 요청인가. 시인은 되물었다. 그 슬픔과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고, 존중돼야 하고, 허락돼야 한다”면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현실을 잊지 말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단호하게 전했다.
“눈물이 우리 얼굴에 쓰던 젖은 글씨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도종환 시인(진길 아우구스티노·62·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세월호 참사와 유명대학의 학사 비리, 대기업 특혜 등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공헌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세월호 참사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부끄러움과 뉘우침, 눈물과 분노가 내일 다시 다른 일을 하게 만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 시인은 제20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문학을 통해서도 줄곧 해온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톨릭문학상을 통해 인정받은 듯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그가 국회의원이 되자 ‘비판’이 아니라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권력이 뭐 그리 좋아서 시 쓰다 말고 정치를 하느냐’, ‘정치인이 쓴 시가 읽을 게 뭐가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당선 날, ‘근조’(謹弔) 화환을 보내온 이도 있었다. 하지만 도 시인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창작의 끈을 놓은 적이 없었다.
시인은 “세월호 참사 뒤에서 울고, 친일 교과서를 만드는 이들과 싸우다 울고…. 그리고 그 울음 뒤에서도 시를 쓰곤 했다”고 고백했다. “군대 훈련소에서 구르면서도 어려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감옥에서도 시를 썼는데, 국회에 있다고 못 쓸 일은 없다”고 말하는 시인. 그는 “연분홍 꽃이 피고 연둣빛 새 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시를 쓰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도 시인에게 가톨릭문학상을 선물한 시집 「사월 바다」는 “온 몸에 흙을 묻히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불의한 시대에 맞서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써내려간 결정체다. 시집이 나오자, 혼탁한 시절을 겪으면서 그의 문학적 정서는 깊이와 폭이 더욱 넓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는 인간 삶에 아름다운 영향과 변화를 줘야 합니다. 평화의 시기엔 아름다움이 미학의 역할을 다하겠지요. 하지만 자식을 잃고 그 진상을 규명하는 이들 앞에서 조롱하고 자만하는 ‘폭력의 시대’에, 그것을 질타하지 않고 바르게 분노하지 않으면 그것은 문학이 아닙니다.”
도 시인은 “불의와 싸우면서도 온화함을 잃지 않는 것, 연민의 눈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시인으로서 지켜야할 시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내 생의 십일조’라고 표현했다.
“부모님께서 넘치도록 기도해주십니다. 저를 위한 기도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서, 저는 남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을 위한 기도가 바로 시고 또한 정치가 아닌가 합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요괴들이 들끓는 국회’에서 불의, 불공정, 몰상식과 싸우는 여정은 녹록찮았다. 하지만 도 시인은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불러다 쓰시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여정 가운데 도 시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와 당부에서 무엇보다 큰 힘을 얻는다고. “‘사랑의 가장 큰 실천 형태가 정치’라는 말씀은 일상의 길잡이가 됐다”면서 “정치가 잘 돼야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일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 시인은 “국회의원은 우리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힘을 부여받은 자리”라면서 “지금 제가 할 일은 저에게 주어진 권한을 선하고 아름답게 쓰는 것”이라고 전했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진흙 한 점 묻지 않은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수련과 같은 삶. 시인은 진흙 속에서 꽃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