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문학상 제20회를 맞아 올해만 특별상을 제정해 시상한다. 특별상 수상작은 강희근 시인의 ‘시극’(詩劇) 「순교자의 딸 유섬이」(2016년, 가톨릭출판사)이다. 또 지난해부터 시상하고 있는 신인상은 「소금의 말」(2017년, 황금마루) 이인평 시인에게 돌아갔다. 신인상은 등단 10년 이내 작가들에게 수상하지만, 올해 20주년의 의미를 담아 등단 조건을 없앴다.
이인평 시인은 이인평 시인은 혼자서 문학을 배우고 익혔다. 이어 1993년 ‘여행자’와 4편의 시로 월간 ‘조선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7년 간행한 첫 시집 「길에 쌓이는 시간들」로 ‘조선문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2000년에는 시 ‘소금의 말’이 평화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후에도 「가난한 사랑」, 「명인별곡」, 「후안디에고의 노래」, 「소금의 말」 등의 시집을 펴냈다.
“한 편 한 편이 숱한 고난의 여정을 신앙 안에서 시어로 육화해 드러난 시입니다. 그래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시를 잘 써서 받았다’라기 보다 ‘하느님께서 큰 은총을 주셨구나’하는 과분함과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이인평(아우구스티노·63) 시인은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소금의 말」은 “서정시집이지만, 사실은 신앙시집”이라고 말한다. 가장 절박한 시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과 진솔하게 대화하며” 쓴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인은 어려운 형편으로 근근이 살아가면서 건축현장에서 일하다 크게 다치기도 하고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면서, 당장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암담한 시기를 겪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할 정도로 절박했던 그 순간, 이 시인은 “죽기 전에 주님께 시집을 봉헌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시작(詩作)에서 떠나지 않기 위해 다리를 의자에 묶어가며 시를 썼고, 한 편씩 완성할 때마다 십자가 앞에서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소금의 말」에 실은 작품 대부분은 그 어려운 시기에 초고를 썼다. 그는 당시 쓴 시 중에서도 아끼는 작품을 20~30년 세월에 걸쳐 수없이 다시 보며 퇴고하고 그 결정체를 모아 시집에 담았다.
“우리는 언제나 기뻐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언제든 화낼 준비, 반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은총에 기쁨이 담겨 있는데 은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죠.”
이 시인은 “마음의 진심, 신앙의 은총을 시에 담는 것”이 그에게 있어 “시의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를 통해 누구나 주님의 은총을 느끼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런 시를 쓰기 위한 ‘롤 모델’이 있다. 바로 ‘예수’다.
이 시인은 “예수님은 비유와 상징으로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쓰지 않으셨다”면서 “이것은 시의 기본이자 시의 경지”라고 강조했다. 또 “예수님은 자신이 가진 기쁨과 평화를 주시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셨는데, 가톨릭 신앙시인 역시 기쁨과 평화를 전하기 위해 시를 써야 한다”고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밝혔다.
“신앙시는 ‘찬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으면 불행해지고, 세상은 삭막해지죠. 성경에도 사랑을 뜻하는 말보다 찬미를 뜻하는 말이 더 많습니다. 앞으로도 시를 통해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합니다.”
● 수상작 「소금의 말」
40년 창작 열정이 만들어낸 영혼의 노래
「소금의 말」(2017년, 황금마루)은 이인평 시인의 서정시집이다. 40년 넘게 시 창작에 매진해 온 역량을 집대성한 작품집이기도 하다.
모든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시간이 지나면 시인의 시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20~30년에 걸쳐 숙고해 다듬은 그의 시에는 시인의 한 순간이 아닌 삶의 여정 전반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퇴고를 거듭하며 갈고닦은 시어(詩語)는 마치 가치 있는 원석을 정교하게 세공해 맑은 빛을 내는 보석 같다.
서정시집이지만, 그 안에 있는 시 어느 한 편도 신앙을 떠나 지어진 것이 없다. ‘소금의 말’, ‘엘리야’, ‘피의 절벽’ 등 직접적으로 신앙을 묘사한 시에서부터 자연, 풍경, 사물, 인물, 추억을 담은 다양한 시들에 이르기까지 신앙 안에서 묵상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이다.
이 시인은 특히 책머리에 서문 대신 쓴 서시(序詩) ‘나의 시’를 통해, “내 시는 영혼의 풍경/은총의 신비에서 빚어진/나의 분신”이라고 시의 정체성을 환기시킨다.
● 신인상 부문 심사평 신달자(엘리사벳) 시인
시어에 녹은 뜨겁고 애틋한 믿음
이인평 시인이 제20회 가톨릭문학상 신인상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 시인은 신인은 아니다. 이미 등단은 1993년이다.
가톨릭문학상 제정 및 시상 20주년이 갖는 큰 축복으로 모든 등단 조건의 담을 무너뜨린 탓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2017년에 상재한 시집 「소금의 말」과 2014년에 펴 낸 시집 성모님께 드리는 사모곡 「후안 디에고의 노래」의 놀라운 시적 관찰이었다.
또한 신앙적 큰 사랑의 노래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 노력과 열정이었다.
신앙은 시와 더불어 격렬하고 애틋하다. 어느 것이 더 먼저랄 것이 없이 시와 신앙을 하나로 생각하고 받드는 이 시인의 수상을 기뻐하는 것은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시와 성모님과 하나의 큰 정신의 기둥을 세우며 사는 이인평 시인의 삶은 거울이라는 세상사의 사물로 타인에게도 그 빛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