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이끌어 갈 연주자로 인정 받고 있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그레고리오·50·서울 광장동본당)씨가 일본 문화계를 대표하는 동경예술대학 초빙교수로 부임했다. 동경예술대학 역사상 한국인이 교수로 초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초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양 교수는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새로운 시작의 첫 디딤돌로 삼고 싶다”면서 “한·일 간의 문화 교류 면에서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887년 설립된 동경미술학교와 동경음악학교를 모체로 한 동경예술대학은 런던예술대학, 베를린예술대학 등과 함께 세계적인 예술대학으로 꼽힌다. 2016년 현재 음악과 미술 2개 학부에 14개 학과를 두고 있다.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은 120명 정도다.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작곡가 사카모로 류이치, 화가 히라야마 이쿠오, 배우 겸 영화감독 이세야 유스케 등이 이 대학 출신. 한국인 졸업자로는 파리에서 추상 조각의 거장으로 활동했던 문신(1923~1995)씨가 대표적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한 바 있는 양 교수는 “‘가르치며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학생들과 음악을 나누는 과정은 연주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새로운 배움의 기회”라고 말했다.
“선곡이나 연주 스타일 면에서 일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료 교수들의 교수법, 고유의 연주 방식 등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여러모로 경험의 폭을 다시 넓히는 시간입니다.”
양 교수는 “좋은 연주를 위해서도 교육자로 학생들 앞에 서는 경험은 필수인 것 같다”고 했다. “연주자로서만 활동하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칫 지칠 수 있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감동을 주는 ‘예술’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에라토 앙상블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는 양 교수는 “연주자, 교육자, 앙상블 책임자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각 위치에서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상호 보완할 수 있어 만족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주자로서 관중들과 만나는 자리도 더욱 늘려갈 예정이라는 그는 “최근 10년 정도 클래식 본 고장인 유럽에서의 공연이 좀 뜸했는데, 오는 10월 아르메니아 예레반 필하모니와의 브람스 협주곡 협연 공연을 계기로 유럽 연주를 재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를 열었던 지휘 거장(巨匠) 리카르도 무티의 매니저와 계약 절차를 밟고 있어 양 교수의 행보는 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음악적 연륜이 늘어가면서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더 깊게 드러내는 연주에 관심이 가고, 또 그런 연주를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양 교수. 교육자로서는 “학생 각자가 지니고 있는 재능이 최대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선생님이고 싶다”고 했다.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2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29일)에서 에라토 앙상블 공연을 갖는 양 교수는 특별히 동경예술대학 총장이자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인 가주키 사와 교수와 연주를 펼친다. 오는 10월에는 일본의 대표적 바이올리니스트 다카시 시미즈와도 협연한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문화적 교육적 차원에서의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읽힌다.
※공연 문의 054-840-3600(안동), 1577-7766(고양), 051-442-1941(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