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 예수께서 기쁨에 넘치고 감격에 겨워 하느님 아버지께 바친 찬미의 기도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의 기도가 일반인들이 세상의 구원을 기원하며 바치는 청원의 기도라면 이 기도는 하느님을 완전히 알고 숨결을 같이 하는 달인이 바치는 최상의 기도이다. 이 기도는 복음서를 통틀어 여기에만 발견된다. 이런 종류의 기도는 늘 성령의 감응을 방아 올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즈가리야가 찬미의 기도를 바칠 때 그랬고(루가1, 67) 엘리사벳이 주님의 성모 마리아를 맞이 할때 성령을 받아 하느님을 찬미하였고. (루가1, 41) 성모 마리아가 비천한 여종의 몸에서 구세사가 이루어 짐을 직감하고 감격의 찬미가를 읊을 때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루가1, 47이하).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고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돌아 왔을 때 기쁨에 넘쳤고 성령의 감응을 받아 이 기도를 올렸던 것이다.
이 기도는 감사의 기도로서 보잘것 없는 제자들을 통하여 창조때부터 하느님의 골치거리였던 악의 세력이 꺾인데 대한 승리의 기쁨을 나타내는 기도였다. 이 기도문은 루가복음서와 마태오복음서에 말마디까지 똑 같이 실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복음서 저작시대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기도로 널리 통용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다만 마태오는 갈릴래아에서 당신을 믿고 달려와 자기의 불쌍한 처지를 호소했던 하혈병의 여인과 두 사람의 소경의 신앙을 확인하고 갈릴래아를 떠나 적대자들의 땅 유다지방으로 가시려는 때 이 기도를 올린 것으로 되어 있고 루가복음서에서는 제자들이 전교여행에서 돌아 온 때「바로 그 때에」이 기도를 바친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기도의 시간과 장소규명은 그리 중요치 않다. 복음서시대의 교회가 지식과 권세의 세계를 향하여 주 예수의 구세사업을 위탁받아 성과를 거두면서 용기백배 기쁨에 넘쳐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서 루가는「바로 그때에 예수께서 성령을 받아 기쁨에 넘쳐 이 기도를 올렸다」라고 적고 있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시라고 부른 것은 구약성서의 기본적인 하느님호칭이다. 「한 처음 하느님은 하늘과 땅을 만드셨다」로 시작하는 구약성서는 하느님의 사람이 악의 세력과 싸울때 승리하고 부르던 하느님의 호칭이다. 아브라함이 적국을 무찌른 다음 멜키세덱을 만나 두 사람이 모두 이 호칭으로 하느님은 찬미하였다(창세14, 19ㆍ22). 그것은 악의 세력이 팽배한 이 세상은 역시 그 창조주 하느님의 주관아래 하느님의 사람의 손으로 승리하고야 만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창조 이야기에서 이 세상에 악이 어떻게 숨어 들었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악마는 인간의 원조 아담과 이브에게 하느님의 명령을 듣지말라는 사주를 던진다. 따먹지 말라는 열매를 먹으면 하느님과 같은 지식과 묘리를 알게 된다는 지식의 유혹을 던진것이다. 악마가 던진 하느님의 지식과 묘리가 무엇인지는 우리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느님은 사람을 당신의 영역에 참여하여 행복하게 되도록 창조하셨다는 것과 인간이 오만한 지식욕구로 죄에 떨어진 후에도 행복에로의 구원을 계획하셨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었고 그 뜻을 성약으로 약속하였다.「한 여인의 후손이 네 머리를 짓밟으리라(창세3, 15)」이 구원의 약속이 천하게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 졌다. 이 모든 사정을 지혜롭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였고 예수를 믿고 따르며 그의 지시를 충실히 지킨 제자들은 성령의 감응을 받아 익히 알아 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기쁨에 넘쳐『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드렸다.
예수님께서는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외부적인 율법에 정통한 유대아의 율법학자들과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권력을 휘두르는 권세가들을 지칭하고 있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악마를 물리치는데 성공한 그 제자들이 하느님나라 건설을 위하여 일하는 시대가 당도하였으니 하느님의 창조의 본 뜻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기뻤다.『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마음으로 예수의 정체를 알려는 주옥같은 기도가 이어진다. 하느님 나라의 지상건설은 세상창조와 맞먹는 엄청난 사건이다. 이제 그 나라에 관한 모든 권한이 예수께 주어졌다. 이 세상생활의 의미, 궁극적인 인간의 행복을 설파하고 가져다 줄 중책이 주어졌다. 온 인류의 운명이 이「사람의 아들」에게 주어졌다.「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이 나에게 주어졌다」(마태 28, 18). 지금까지 「사람의 아들」로 소개된 예수는「하느님의 아들」임이 이 나라에서 확인되고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잘 안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단순한 인지(認知)가 아니고 생명에서 일치되었음을 뜻한다.
착한 목자의 특징은 양과 목자가 서로를 잘 아는데 있었고 그 상호교류는 아버지가 아들을 알고 아들이 아버지를 아는 것에 비겼다. (요한10장14~15), 이 앎은 삶의 일치를 말하며 그 삶은 영원한 삶이다. 이 삶에는 예수께 신앙을 바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한다.「아들이 원하는 사람에게 이것을 알게 한다는 말은 이러한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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