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남아메리카 페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 마리로사 수녀가 본사에 보내온 편지이다. 「예비자 감소, 냉담자 증가」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우리는 임 마리로사 수녀의 글을 통해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불타는 선교 열을 엿볼 수 있다. 본보는 이 편지를 7~8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안녕하셨습니까?
임 마리로사 수녀 입니다. 가톨릭신문사의 극진한 관심에 힘입어 여기 지면을 통해 이곳 페루의 선교지인 아마손아주에 있는 차차뽀야스교구의 뽀마꼬차성당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페루는 지형적으로 크게 나누어 태평양 해변을 낀 마을과 안데스산맥에 산재한 산악마을, 아마손아에 속한 밀림마을로 구분해 볼수 있습니다. 물론 페루는 오랜 역사와 빛나는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와 유적들이 아직도 신비의 베일에 가려진채 많은 매력을 내뿜고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곳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차차뽀야스교구에 속한 작은 산골마을입니다. 이 교구에는 약 20개의 본당이 있고 두세명의 연세 많으신 방인사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 선교사제들로 주로 멕시코, 스페인 출신의 신부님들입니다. 뽀마꼬차는 해발 2천3백미터의 고지에 위치해 있으며 마을보다 훨씬 큰 호수의 가진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 호수를 볼때 마다 저는 갈릴래아호수를 연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호수에서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자연은 아름다움에 경탄하곤 합니다. 뽀마꼬차는 약 3천명의 주민들이 그들의 농토와 가축과 더불어 호수처럼 잔잔한 삶을 살아가는 조용한 촌락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가난한 삶을 살아 가고 있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2살난 아기와 5살난. 어린이를 집에 남겨둔채 그들의 부모들이 새벽 일찍 멀리 떨어진 그들의 밭에 나가 채소를 심고 경작하고 있는 사이에 배고픈 누나가 감자벌레에 치는 흰가루 농약을 우유려니하고 동생과 함께 나누어 막고 죽은 사고가 생겼습니다. 부모와 이웃사람들의 통곡속에 제단앞에 나란히 놓여진 작은 관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침묵속으로 몰아넣는 느낌이었습니다.『하느님 이게 뭡니까?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페루의 많은 어린이들은 배고픔 때문에 병색을 띤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이나 먹기때문에 사망율 또한 높습니다. 이들에게 돈없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간식은 사탕수수대입니다. 그래서 20세 전후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의 소중한 치아를 잃어버리고 돌팔이 치과의사가 만들어준 틀니를 끼고 생활한답니다.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죠.
그래서 저는 한국 가톨릭치과협회에서 에콰도르에 베푸신 도움이 이곳에도 주어지길 희망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사탕수수대의 단물을 빨아먹을 수밖에 없는 이곳 아이들에게 치아의 건강관리를 논한다는 것이 무모한 일인지도 모르겠지요. 그리고 사탕수수대를 빨지 못하도록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여하리라 생각됩니다.
가난 그것때문에 위생, 청결, 소독 이런 말은 있긴 있지만 생각의 여지가 없기에 사용치도 않습니다. 어른, 어린이 모두 병을 지니고 있어 심한 노동의 고통을 잊으려고 독주를 마시고, 중독이 되고, 위를 상하게 됩니다.
이들의 이러한 어려움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려니 생각해서 어린이 무료급식소 건물을 건축중에 있습니다. 급식과 교육을 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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