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감호소로 이송된 몇개월후 의무과 간병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과거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을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6시에 기상하여 점검이 끝나면 의무과를 청소한 다음 아침식사후 저의 하루 일과가 시작됩니다. 감호소내 공장과 각 부서별로 그날 환자들의 명단을 받아 의무과 직원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약사에게 약처방지를 주고 그날 환자들의 약을 받습니다. 하루평균 1백50내지 2백명 정도 환자들에게 약을 나누어 주고 근육주사와 혈관주사도 꽂아 줍니다.
자고 깨면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동분서주 줄곧뛰어 다녀야하는 바쁜 일과속에서도 저는 늘 기쁘고 흐뭇한 생활의 나날이었습니다. 중이염, 눅농증, 탈장, 찰과상, 팔다리 부러진 사람 등 직접 치료도 해줍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때 필요한 모든 준비와 시중을 들어주는 간호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이 없어서 주지 못할때 참마음이 아팠습니다.
간병생활중 제가 가장보람 있었던 일은 고혈압, 위장염, 간질, 기관지염 등 네가지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몸무게가 37킬로그램 밖에 안나가는 피골이 상접한 이호영이란 재소자입니다. 그가 수감되자 부인이 도망가버린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자원하여 그 중환자 병동에 들어가 그와 함께 살면서 그분곁에서 규칙적으로 약을 먹게하며 정성들여 간호한 결과 중병에서 놀랍게도 호전되어 건강을 되찾았던 일입니다. 저도 기뻤지만 그 형제가 새 생명을 받은데 대하여 무척 고마워하며 기뻐했습니다.
나는 여기서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수많은 환자들을 간호하며 바쁘게 살다보니 감호소행활이 어느덧 4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날 새벽 갑자기 교도관이 불러 잠을 깨고보니 출소하라는 겁니다. 저는 뜻밖의 일이라 얼이 벙벙했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후에 알고보니 고마우신 야당 국회의원들의 노력에 의한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나는 출소하여 건축현장에서 막일을 했습니다. 무척 힘에 부친 일이었지만 말 못하는 황소처럼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일했습니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식사는 분식점에서 간단하게 했습니다. 하루는 식당 아줌마가 제손에 묵주반지를 보시더니 『신자냐』면서 반가워하며 종업원 아가씨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나는 차츰 현장 책임자에게 신용을 얻어 힘이 덜드는 목수일도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집짓는 일 전반에 관해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가 소개한 아가씨를 만나 본결과 순박하고 수수한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후부터 그녀는 노동판에서 땀내가 물씬 풍기는 미척한 저에게 열렬한 사랑을 고백하여 청혼을 해왔습니다.
그때 저는 힘드는줄 모르고 기쁘게 일했습니다.
아가다는 저에게 있어서 성모님같은 귀한 존재였습니다. 우리 둘은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흔인 교리를 배우고 둘이다 외롭고 가난한 처지여서 신부님 집무실에서 간단한 혼인예식을 치루었습니다. 그리고 사글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후에 감호소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호영씨도 만나게 되어 반갑고 감회가 깊었습니다. 그형제는 6년만에 아내가 다시 돌아와 가정을 갖고 현재는 모건설회사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나는 5개월전에 첫딸을 낳았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호영씨와는 친형제처럼 자주 연락이 있고 만나고 있습니다.
나는 요즘 건축도급을 맡아 몇사람의 인부들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한때 가누기 어렵게 난무하던 먹구름은 맑게 개이고 영하의 일기지만 우리들 가슴속에는 따뜻한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있어 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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