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강길웅 신부님과 나와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이다. 오직 그 글을 통하여 알게된 바로는 광주대교구 어느 본당에 주임으로 계시는 50대 초반의 신부로서 백담사 손님을 닮은 번대머리의 소유자요, 품행은 그레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에 나오는 주인공「위스키 신부」처럼 모주꾼이요, 또 그 성정(性情)도 막말로 하면 좀 주책인 듯 싶다. 그런데 신부님은 30대도 중반에 출가하여 40에야 사제서품을 받으리만큼 성소에 대한 확신과 그 충족감에 차있으며 또 자신의 결함이나 단점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개전이있으며, 이러한 견고한 신앙과 그 영성적 피나는 정진으로 다다른 개안(開眼)과 관조(觀照)와 쇄락(灑落)을 지닌다. 그래서 사제로서는 아슬아슬하리만큼의 알몸의 고백과 아울러 오늘날 많은 신자들의 타성적 신심이나 그생활에 대한 칼날같은 풍자도 그지없는 감흥과 감동을 자아낸다. 흔히 교회 지면에서 접하는 소위 식자층 신자들의 글이나 특히 성직자나 수도자의 말씀은 거룩한 치레나 치장된 말이기일쑤요, 또 그래야 종교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관념이나 언어의 유희로서 남에게 참된 감동을 울러일으킬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심오하고 숭고한 인식이나 그 표백이라도 그 작가의 내면적 고루(苦鬪)의 흔적과 성취가 엿보이지 않으면 그것은 빈말이나 거짓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에서 이「낭만에 초쳐먹는 소리」는 한국판 「시골 신부의 일기」(베르나노스 지음)랄까, 자신을 비롯한 오늘의 우리 교회와 신자생활의 모습을 아주 소상하게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내용뿐 아니라 문장의 구성에 있어서도 기승전결의 찌임새가 있으며 또 적당한 시속어의 사용이나 비속적 취향도 흥미를 돋우고 있어 소위 글쟁이들을 무색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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