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고 그 외아들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바로 그 장본인인 아버지와 아들밖에는 없는데 이 두 분의 일치를 알아듣게 하는 사명을 띤 분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것을 아는 것은 인간의 재주나 똑똑함을 가지고는 불가능하며 오직 예수께서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이 하느님의 신비를 아는 것이 복된 일임을 깨우치는 것은 온 마음을 하느님께 바친 사람이라야 한다.
이 진리를 철부지 어린이라고 부르는 당신 제자들에게 알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 다음 예수께서는 그들이야 말로 정녕 복되다고 말씀하신다. 세속에서는 복됨을 꼽는데고 가지가지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중국의 사상을 받아 들여 인생의 오복(五福)을 꼽아 장수하는것 (壽), 부유한 것(福),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康寧), 덕성을 닦는것 (修好德), 편안히 죽는것(考終命) 이렇게 다섯 가지를 행복한 삶으로 생각하였다. 그리스인들은 재산, 건강, 명예, 좋은 아내, 이렇게 네 가지를 현세의 행복으로 삼았다.
구약성서 집회서는 유대아인들이 세상에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종류를 다음 아홉가지로 꼽는다.①자기 자녀들에게서 즐거움을 맛보는 사람 ②살아서 자기 원수의 몰락을 보는 사람 ③지각없는 아내를 가진 남편 ④소와 노새를 함께 써서 가래질 하지 않는 농부 ⑤혀로 죄를 짓지 않는 사람 ⑥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종노릇을 하지않는 사람 ⑦총명한 사람 ⑧자기 말을 경청하는 청중을 가진 사람 ⑨지혜를 찾는 사람(집회25, 7~10).
국민들에게 종교적인 지혜를 가르치는 집회서의 저자는 이 모든 세속적인 행복도 주님을 두려워 하는 사람보다는 행복스럽지 못함을 덧붙인다 (11절). 구약성서의 다른 지혜서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지혜의 규범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구약시대의 행복은 근심 걱정없이 유복하게 사는 인생을 복스럽게 생각했고 그 최고의 지혜는 주님을 두려워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이러한 세상의 행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께서는 가난한 사람, 우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선포는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알리는 산상설교의 진복팔단(眞福八端)으로 시작하는데 행복한 사람은 가난 사람, 슬퍼 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옳은 일에 애타하는 사람, 자비로운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 정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사람이다.
이 말씀을 듣고 청중은 지금까지 배워온 인생관과는 다른 것에 놀라 마지 않았다. 가난한 것이 무슨 특별한 노력의 댓가는 아니지 않는가. 왜 울고 슬퍼하며 지내야만 되는가. 인간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 인생목적일까. 이러한 의구심이 생길수 있다. 제자들은 오늘 「너희는 지금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복되다」라는 말씀을 들으며 산상교훈의 말씀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보았으며 무엇을 들었을까. 그들은 오늘 예수의 말씀에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들었다. 예수의 행복관은 부질없이 재물과 명예와 권력에만 마음쓰며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오직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의를 추구하는 일뿐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슾퍼하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그들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겠기 때문이라고했다. 그러니 실제로 가난뱅이건 부자건 간에 그들의 마음이 하느님 나라를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행복할수 있고 불행할수 있다. 불행의 대표자로 간주되던 가난과 고통이 예수에게서는 구원의 길을 걷는 수련의 뜻을 가진다.
이러한 교설은 전대미문의 교훈이다. 이 이치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예수라는 분을 잘 알아 보아야 하고 구원의 말씀을 듣는 귀가 있어야 한다. 「너희의 눈은 볼수 있으니 복되고 귀는 들을수 있으니 복되다」제자들은 예언자들과 거룩한 왕들이 그렇게도 갈망하던 복된 기쁨을 누리고 있다. 예언자들과 그 말씀을 따르는 왕들(또는 의인들)은 예수시대의 동시대인들에게는 절대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들이야 말로 영감을 받아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만방에 알린 사라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구세주 메시아가 세상을 구원하러 올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민족들이 그의 빛을 보고 모여 들며 제왕들이 솟아 오르는 그의 광채에 끌려 오리라(이사60, 3). 다윗왕의 야훼의 구원약속을 받았고 요시야왕 (전640~609)과 에제 키야왕(715~687) 열왕하(8,5)이 우상을 물리치고 하느님을 섬기었다. 그러나 그들은 구원의 시대를 갈망했을뿐 구세주를 눈으로 보지는 못하였고 그의 목소리를 귀로 들어 보지 못하였다. 이 구세주를 제자들은 눈앞에 모시고 있고 그의 말씀을 듣고 있다. 이들은 예언자도 아니고 제왕들도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주님을 따라 다니며 그분이 설파하는 하느님 나라를 위임받고 전파하는 가난한 일꾼들이며 그일을 하면서 때로는 울고 때로는 고통을 받는 보잘것 없는 사람들이다.
이제 이들은 에언자들과 제왕들이 보고 싶어 했지만 보지 못하고 듣고싶어 했지만 듣지 못한 구세주를 보고 그 말씀을 듣는 행운을 안았다. 그들은 예수께서 돌아가신 후 사방에 흩어져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들의 전교를 들은 사람들은 황금보다 더 귀한 믿음을 가지고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으로 넘쳐 있었다. (베드전 1,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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