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인들의 주식은 감자와 옥수수 입니다. 페루의 기후는 매우 좋아 초목이 무성하며 젖소, 말, 양, 염소들이 풀을 뜯고 뛰노는 산골 전원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은 늘 우리에게 신선함을 선사해주고 있답니다.
페루 주민들은 육식을 좋아해 고기를 즐기며 먹다 남은 음식을 빨래줄에 널어 말린후 훈제로나 튀겨서 저장식품으로 보관한답니다. 바다가 먼 까닭으로 생선이라고는 소금에 절인 고등어뿐입니다. 음식물 건조과정에서 생긴 벌레가 이들은 아주 예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것은 이들도 양념으로 마늘과 고추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김치를 담궈 먹을수 있는 큰 은혜를 누리고 있답니다. 어떨땐 우리가 고국에서 가져온 씨앗을 심고 가꿔 향수에 젖어보기도 한답니다. 한번은 소중히 꾸려 가져온 봉선화씨를 심었더니 2개월후에 붉은 꽃망울을 머금고 예쁜 꽃을 피워주었습니다. 봉선화 꽃잎으로 이곳 주일 학교 여선생의 손톱에 곱게 물들여 주었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기쁨과 향수의 외로움이 함께 어울려 왔었답니다.
이곳의 교통 문제는 심각합니다. 차를 가진 신부님들의 도움 없이는 교구청 방문이나 공소방문은 엄두도 낼 수 없답니다. 우기철에는 도로 통행마저도 위험스럽습니다. 계곡과 절벽의 연속인 좁디좁은 도로를 빗속에 달린다는 것은 말 그대로 곡예이기 때문입니다. 우기땐 오직 밀림에서 도회지로 원목을 실어 나르는 큰 트럭만이 유일한 교통수단 입니다. 따라서 도회지에 볼 일이 있는 마을 주민들은 기약없이 트럭만 지나가기를 도로변에 서서 기다린답니다.
그리고 이들 여행객들은 언제나 마른 음식과「뽄초」라는 망또를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다닌답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차가 고장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인지경에서 차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길에서 밤을 지새우게 될때 이 뽄초는 추위를 막아주는 따뜻한 담요로 이용됩니다.
기다림 끝에 어쩌다 마음 좋은 운전기사를 만나 차가 서면 차를 기다리던 모든 사람들은 체면이나 부끄럼을 잊은채 재빠른 동작으로 트럭 짐칸에 4~5m 높이로 쌓여진 원목위로 기어올라 갑니다. 만약 트럭을 놓치게되면 또 한나절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입니다.
트럭에 올라탄 여행객들은 짐꾸러미속에 파묻혀 풍랑만난 배처럼 흔들리는 난리 속에서도 천만다행으로 트럭을 잡아 탔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한답니다. 우리 선교사들도 신부님들이 부재시 여행이 필요하며 이 고생을 감수할수 밖에 없답니다.
두 분 신부님 모두는 안데스의 험준한 도로를 일등 솜씨로 운전해 다니시면서 사목에 열중하고 간간히 길에 서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시면서 계곡을 돌고돌아 마을로 태워다주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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