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서에서 큰 아들과 작은 아들 얘기를 읽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성서에서의 장남은 항상 충실하고 작은 아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장남이기 때문에 성서에서도 확인해주 는 충실한 아들이 된 기분이며 성서도 내 편인것 같아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마태오 복음 21장에도 두 아들 얘기가 나옵니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먼저 맏아들에게 가서「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여라」하고 일렀다. 맏아들은 처음에는 싫다고 하였지만 나중에 뉘우치고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에게 가서도 같은 말을 하였다. 둘째 아들은 가겠다는 대답만 하고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 성경에서도 큰 아들은 아버지 집에서 충실히 일 하는데 작은 아들은 자기의 몫으로 유산을 미리 받아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배가 고파서 허덕이다가 나중에는 체면 불구하고 아버지 집에 돌아오는 불쌍한 아들의 얘기를 전해줍니다. 다만 마지막에 큰 아들이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동생을 받아들이지 않은 속 좁은 형의 마음이 거슬립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은 둘다 똑같은 자식이며 그들의 아버지 입니다. 그리고 말은 안했지만 아버지는 한시도 작은 아들에 대한 생각과 걱정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몸은 성한지, 객지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살아있다면 이렇게 소식이 없을수 없을텐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걸 보니 혹시 죽지는 않았는지, 죽었으면 죽었다는 소식이라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어디서 무얼하는지 다시 궁금하고 아무런 연락도 없는 작은 아들을 괘씸하게 생각하다가도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다리가 천리라더니 동생 얘기만 나오면 나쁘게 동생을 욕하고 그런 녀석은 고생을 해야 한다면서, 한번도 걱정을 같이 나누거나 찾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큰 아들이 원망스럽 기도했을겁니다. 그래서 한번 찾아나서 볼까도 생각했지만 엄두가나지 않고 다만 혼자 아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평소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다만 빨리 돌아와 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버지의 심정은 형도 이웃 사람들도 아무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지난날 그의 잘못만을 기억하며 그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생각하는것 조차 마음이 내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잔치에 참석하게 된것도 마음은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 모였을 것입니다. 아무튼 동네사람들이 모여 잔치하는 마당에서, 돌아온 작은 아들이 한마디 인사할 기회를 갖는다면 무슨 말을 할까? 돌아온 탕자의 인사말을 들어봅시다.
『평소에 존경하는 동네 어르신네 여러분, 그리고 어릴때 자라던 친구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아울러 저를 환영해주시고 이렇게 자리를 함께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고향을 등지고 떠날때에는,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부자가 되고 큰 인물이 되면 돌아오리라 결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내가 아버지로 부터 유산으로 받은 돈이 내게는 아주 큰 돈이었지만 세상에 나가보니 별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해 보려니 할 만한 일은 자금이 부족하고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시시해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은 했지만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큰일에 대한 미련 때문에 마음이 들떠있는 상태에서 노름을 하게되었습니다. 재미 볼 때도 있어서 이대로만 나가면 일년 이내에 큰 재물을 모을수 있을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사이에 또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옛날 부터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다보니 자연 여자들도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돈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내가 돈이 좀 있어보이니까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나를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여자들도 많이 따랐습니다. 그때는 세월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매일 먹고 마시고 즐기며 향락에 젖어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별거 아니었습니다. 곧 얄팍하던 밑천은 바닥나고 굶을 지경이 되자 그 많던 친구들마저 다 떨어지고 죽내사내하던 계집들마저 다 외면하고 돌아서 버렸습니다. 모두들 나를 슬슬 피하는 입장이 되자 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비로소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외롭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나는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쥐엄나무 열매를 먹으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하고 부모 형제들을 생각했지만, 이 처량한 신세로 고향에 갔을 때 나를 비웃을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고향으로 돌아 올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실 용기가있어 돌아 왔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돌아왔습니다. 내가 객지에서 한가지 배운것이 있다면 세상에 배고픈 서러움보다 더 큰 서러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깊은 서러움이 나를 아버지 집으로 돌아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다시 받아 주셨고 오히려 환영해 주셨습니다.
나는 지금 진한 골육의 정을 느끼며 이 고마운 마음을 눈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나의 지난날들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칩니다. 앞으로는 결코 아버지 품을 떠나지 않고 여러분을 사랑하며 또한 사랑 받으며 고향에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난 날의 모든 것을 여러분께 용서 청합니다. 그리고 나도 지금까지 내가 미워하던 친구들과 여자들을 용서할뿐 아니라 결코 원망하지도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에게 용서를 청하며 아울러 용서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동생의 연설을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끝까지 들었을 형의 착잡한 심정을 그려보며, 여태 내 나름대로 하느님 아버지를 섬기며 살았다고 자부하며 다른 사람이 잘못 산다고 못 마땅해 하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장자된 것이 송구스러울 뜻을 따르며 살뿐 아니라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등을 돌리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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