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책을 좀 무리하게 읽었더니, 목과 허리가 너무 아파 동창 신부가 원목 신부로 있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진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마도 우리나라에 있는 수녀님들의 수도복을 종류별로 다 본 것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여러 수도회 수녀님들이 그 병원의 외래나 재활 치료를 받으러 오신 것입니다.
치료가 끝나고 동창 신부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궁금증을 풀어냈습니다.
“이 병원에 유난히 수녀님들이 많이 오시더라. 아마 30명은 본 것 같아. 그것도 소속이 다른 수녀님들. 특히 봉쇄 수녀님들도 치료받으러 병원에 오시더라.”
“응. 수녀님들 많이 오셔. 여기 있으면서, 수도생활을 하려면 기초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 우리 같은 교구 신부들은 자기가 시간을 내면 수영이나 걷기 혹은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할 수 있지만, 수도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그게 쉽지는 않잖아. 내가 장담하건대, 기도한다고 성당에만 있으면 몸이 망가져! 잘 생각해봐. 불교에서는 108배나 탑돌이 같은 거 하잖아. 그거 왜 하겠어? 일반적으로야 불자들이 자신을 닦는 훌륭한 수행 방법 중의 하나였지만, 그 속에는 수행자들이 정말 명심해야 할 교훈이 담겨 있어. 108배랑 탑돌이, 그것만이라도 철저히 잘하면 좁은 공간에서도 자신의 몸을 살리고 불심도 깊어지는 훌륭한 수행 방법이 된다는 거야. 사실 108배와 탑돌이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온몸 전신 운동이거든.”
나는 동창 신부의 말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동창 신부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너도 잘 생각해. 수도생활을 한답시고, 성당 안에서 눈만 감고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지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기도하는 만큼, 너의 체력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하느님은 몸 망가지면서까지 기도하는 수도자의 기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 우리 몸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거잖아. 그러므로 몸 아파서 공동체나 형제들에게 피해를 주는 수도자들보다, 몸을 잘 돌보면서 기도하는 수도자가 좋은 수도 생활을 하는 거지. 너도 책 읽는다는 핑계로 앉아만 있지 말고, 걷거나 뛰거나, 스트레칭 하면서 네 몸을 우선적으로 잘 돌봐야 해. 그게 내가 잘은 몰라도 진짜로 수도생활을 잘하는 일등 비결일 거야.”
‘밥 먹다 말고, 건강 이야기를 하니…. 이그, 밥이 목구멍으로 가는지 콧구멍으로 가는지…!’
암튼 동창 신부의 잔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 날 이후 코딱지만 한 내 방에 제자리 걷기나, 수도원 마당에서 이리저리 돌면서 묵주기도를 했는데 기도가 잘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내 안에 게으름이 찾아옵니다.
‘에이, 나이가 있는데 세상 편안하게 살아.’
운동이 귀찮아지자 혼자 이런 생각을 합니다.
‘108배는 무릎이 아파서 못 할 것 같고, 탑돌이는 수도원에 탑이 없어서 못할 것 같은데!’
게으름, 이 녀석이 때로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자꾸만 내게 가져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