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예수님 닮은 일꾼 되소서
부활 제4주일·생명주일·성소주일(요한 10,1-10)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면서 각자에게 고유한 소명을 주시고 그 소명에 따라 살도록 부르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일이 무엇인지, 하느님께서 무엇을 위해 나를 창조하셨는지를 되돌아봅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특별히 성소주일을 제정하여 특별한 방식으로 부르심을 받는 성직자, 수도자, 선교사들의 성소를 위해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수확할 밭의 주인에게 일꾼들을 보내어 달라고 청하라 권고하셨습니다.(마태 9,37-38) 주님을 위해 특별한 방식으로 일하는 일꾼들이 없다면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길러내어 열매를 맺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오늘 함께 모여 주님께 성직자와 수도자로 부르심을 받은 젊은이들을 많이 보내어 주십사 기도합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우리는 또한 이미 부르심을 받아 살아가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오늘도 수많은 착한 목자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며 복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수도자들은 청빈과 정결과 순명이라는 복음 삼덕을 실천함으로써 복음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삶으로 증언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참된 일꾼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또 어떤 일꾼들은 복음의 기쁨을 삶으로 증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소주일을 맞아 주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더욱 닮은 일꾼들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렇게 보니 성소주일은 새로운 일꾼이 태어나기를 기도하는 날임과 동시에 성소의 길을 걷는 이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성소를 올바로 살아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은 어떤 이들이 주님의 참된 일꾼인지를 잘 설명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올바른 길, 곧 예수님이라는 문으로 이끌어 주는 목자들이 진정 참된 일꾼들이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들은 양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수 있으며, 양들을 언제나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줍니다. 참된 목자는 언제나 양들을 예수님이라는 문을 통해 데려가며, 예수님을 통해 양들이 구원받고, 풀밭을 찾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곧, 양들을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줍니다.
여기서 착한 목자가 예수님의 문으로 드나든다는 말은 1·2독서에서 사도행전과 베드로가 이야기하듯이 주님을 따라 십자가를 지며, 그 십자가 위에서 부활을 체험하고 그것을 증언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며 청빈하고, 정결하며, 순명하는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아 착한 목자로 사는 것입니다. 양들 역시 그 문으로 드나들도록 한다는 말은 양들도 착한 목자를 본받아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며, 그 십자가 위에서 부활을 만나고 증언하도록 이끌어 준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이라는 문으로 드나들지 않는 이들은 목자가 아니라, 도둑이며 강도입니다. 또한 착한 목자들을 따라서 예수님이라는 문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들 또한 예수님의 양 떼가 아닙니다.
성소주일을 맞아 다시 한 번 목자로서 살아가는 이들, 수도자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이 예수님이라는 문에 좀 더 충실하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따라 예수님의 문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아울러 우리 가운데 착한 목자가 많이 태어날 수 있도록, 복음의 삶을 기도와 생활로 증언하는 수도자들이 많이 탄생하도록 주님께 도움 청합시다. 성소는 다른 이들을 희생시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동체에 의지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 자신의 희생으로 태어나는 것임을, 또 우리가 길러 내는 것임을 잊지 맙시다. 성소주일을 맞아 다시 한 번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주님의 된 일꾼들이 많이 태어나도록 기도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