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알 아즈하르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大)이맘과 만나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8~29일 이틀간 진행한 이집트 사목방문을 마무리했다. 이집트에 머문 시간은 고작 27시간이었지만,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평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관계, 교회일치 증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황의 이집트 방문은 세 장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교황은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방탄차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슬람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인 알 아즈하르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大)이맘과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폭탄테러로 29명이 죽은 카이로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순교자의 피로 얼룩진 벽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교황은 사목방문 기간 내내 창문이 열린 소형차를 타고 다니며 이집트인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평소에도 소형차를 선호한다. 하지만 지난 4월 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두 곳의 콥트교회에서 벌어졌던 테러 등 카이로의 치안 상황을 고려하면, 교황이 이집트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집트는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테러로 더욱 혼란스럽다. 그러나 교황은 테러의 심장부에 스스로 들어서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교황은 이집트의 그리스도인과 이슬람인 모두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교황의 두 번째 승리는 4월 28일 열린 평화회의에서 이뤄진 알 아즈하르의 알타예브 대이맘과의 포옹이었다. 이 장면은 수천 마디의 말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이집트를 비롯해 전 세계 언론들은 이 장면을 대서특필했다.
이날 열린 평화회의는 이슬람인을 위한 자리였지만, 교황은 기꺼이 행사에 참여했다.
교황과 알타예브 대이맘은 “그 누구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테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 종교 지도자의 만남은 이슬람인들이 IS를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단체의 도덕적 정당성을 의심하게끔 이끌었다. 또 전 세계에, 두 종교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교황은 알타예브를 끌어안으며 ‘형제’라고 불렀다. 특히 교황의 이러한 언급은 이집트 내 그리스도인과 이슬람인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8일 카이로 성 베드로 성당을 찾아 지난해 12월 테러로 희생된 신자들을 기리기 위해 초에 불을 밝히고 있다. CNS
교황은 교회일치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교황은 이집트 방문 첫날 카이로에서 이집트 콥트 정교회 수장 타와드로스 2세 교황을 만났다. 두 사람은 성 베드로 성당 순교자의 벽에서 함께 기도했다. 타와드로스 2세 교황이 피로 얼룩진 벽을 보여주자, 교황은 핏자국을 보존하기 위해 세운 유리벽으로 다가가 축복한 후, 직접 촛불을 켜고 기도했다.
이 장면은 고통 받는 교회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이해됐다. 교황은 콥트교회 신자들이 혼자가 아니며, 로마 주교라는 충실한 친구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교황은 타와드로스 교황과 만나 교회일치 측면에서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결과를 이뤄냈다. 두 교회의 수장은 가톨릭교회와 콥트교회는 서로 간 세례의 합법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은 항상 “그리스도교 신앙에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교황이 이번 이집트 사목방문을 통해 얻은 ‘세 마리 토끼’는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이슬람, 전 세계에서 진행한 ‘구체적 노력의 결실’로 풀이된다.
가톨릭교회의 교황이 이집트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집트를 방문한 바 있다. 이집트 인구는 모두 9000만 명이며, 10% 정도가 콥트교회 신자다. 가톨릭신자는 27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