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스승, 뮤지컬 ‘사도 베드로’ 속 예수님에게서 찾다
제자들은 감동했다, 말이 아닌 행동에
한센병 환자들 치유… 낮은 곳으로 다가간 실천적 모습
스스로 모범을 보인 리더십에 제자들도 변화하기 시작
어려운 표현이 아닌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쉽게 가르쳐
발행일2017-05-14 [제3044호, 11면]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인류 역사에 걸쳐 ‘스승’으로 존경받는 이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사랑을 진정한 깨달음을 통해 인류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영적 스승이라 할 것이다. 예수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리 그 자체이자 하느님에게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다.
성황리에 전국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가톨릭신문 9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에서도 참된 스승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온 행적을 찾아볼 수 있다. 뮤지컬에서 묘사하고 있는 주요 장면들을 통해 예수가 이 시대 모든 인류에게 가르침을 주는, 진정한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 어부 베드로에게 다가서고, 유다를 제자로 삼다
예수는 제자들을 직접 선택했다. 특별한 자격을 갖춘 이들이 아님에도 말을 먼저 건네고 “나를 따르라”고 말한다. 뮤지컬에서는 어부 베드로에게 그물을 오른쪽으로 던질 것을 말하며 물고기로 가득 찬 그물을 보고 베드로가 스스로 제자가 되겠다고 나설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예수는 길을 가던 중,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무식한 어부 베드로에게 ‘부르심’을 통해 순종할 것을 얘기한 것이다.
이 같은 제자 선택 방법은 계급과 재산에 따른 귀천이나 인종 등 그 어느 것도 따지지 않고 다양한 계층을 하느님 사랑으로 감싸 안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예수의 제자들은 어부와 세리, 혁명당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뮤지컬에서 자만감으로 가득차 “나의 재력으로 당신을 돕겠다”고 나서는 유다 이스카리옷을 기꺼이 제자로 삼는 장면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예수는 ‘조건’이 아닌,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선택했다. 하느님과 복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을 제자로 삼아나갔다.
# 친근함과 비유, 하느님 사랑을 확실하게 보이다
제자들을 선택한 예수가 그들을 교육하는 방법은 오늘날에도 많은 교육학자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고 모범적인 교육 사례로 들고 있을 정도다. 예수가 가르친 교훈은 ‘어렵고 현학적인 말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청중의 입장에서, 제자의 처지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는 형식이었다.
그렇기에 예수가 쓰는 말은 단순했다. 당시 직업으로 종교를 다루던 이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듣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쉽게 잊혀지지 않는 구절로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다. 처음 제자를 만날 때는 마치 친구와 같이 포근하게 감쌌고, 차츰 한 걸음씩 자신의 깊은 신비에까지 인도해가면서 자연스럽게 제자로서 영광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방법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예수의 교훈에 ‘비유’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명, 사랑, 하느님에 대해 설명할 때 난해하고 복잡한 방법이 동원되지 않았다.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말씀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스스로 깨우치고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뮤지컬에서 베드로는 예수의 명을 받아 장작불을 쬐며 ‘사랑’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본다. ‘비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라는 것이 예수의 뜻이었다. 그 뜻대로 베드로는 일어나 힘차게 얘기한다.
“습기를 머금은 장작은 타오를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습기가 없어야 주변에 온기를 전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깨끗하게 하고 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수가 답한다. “잘했다. 너의 그 성실한 태도가 너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 “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라”
스승 예수의 교육 목표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제자들을 칭할 때도 ‘소식을 전달하는 자들’이라는 표현보다 ‘사람을 낚는 어부’(마태 4,19)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바다와 같은 세상으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해 그리스도 왕국으로 인도하는 ‘어부’가 되라는 뜻이었다. 이는 곧 하느님 나라에 임하는 모든 이들이 구원받고 영생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예수는 제자들과 ‘공생활’하는 것을 택한다. 함께 지내는 동거를 통해 제자들에게 자신을 보여준 것이다. 복음 전파와 병든 자를 고치는 데 힘쓰는 모습을 제자들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단지 스승의 곁에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도 제자들은 주님의 교훈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뮤지컬에서 한센병 환자를 치유하는 예수의 모습을 본 베드로와 제자들은 자신들이 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들은 “예수님은 사랑이네, 예수님은 치유자네, 예수님은 우리의 목자시니, 우린 예수님 따라가네”라고 노래하며 원수마저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세상에 전파하는 최일선에 서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들에게 예수님의 한 가지 행동이야말로 수만 단어로 이뤄진 그 어떤 교리서보다도 더 큰 가르침을 준 것이다.
# 제자의 발을 씻기고, 모범을 보이다
뮤지컬에서 예수는 마지막 만찬을 앞두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다. 베드로가 황급히 물러나 “어찌 제 발을 스승님께서 씻겨주려 하십니까”라며 황송해하자 그는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않으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고 말한다. 세상에 널리 ‘사랑’을 전하는 방법을 제자들에게 친히 행동으로 가르친 것이다. 또 만찬에서 예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주고 그것이 구원을 위한 살과 피의 의미임을 밝힘으로써 제자들에게 ‘희생’의 모범을 보였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보여준 궁극의 모범은 십자가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제자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걸어가야 할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예수의 모범을 통해 깨닫는다.
뮤지컬에서 베드로는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 앞에 엎드려 자신의 배신 행위를 고백하고 절규한다. 예수는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베드로의 신앙을 확인한다. 베드로는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답하고, 예수는 “베드로야, 내 양들을 부탁한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고 가르침을 준다.
예수는 세상에 파견된 제자의 영적 스승이었다. 제자들의 모든 사목 가운데 예수 자신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베드로는 영적 체험을 통해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갖게 됐고 예수 그리스도가 준 능력과 사명, 약속과 비전을 실천하며 사람들에게 이를 전파한다.
현대에는 수많은 교육방법이 있다. 하지만 예수의 경우처럼 ‘헌신과 사랑’에 의한 교육은 흔치 않다. 예수는 골짜기나 소돔과 같은 거리에 직접 발걸음을 옮겨 고생을 사양하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제자들은 이를 직접 보고 희생하는 자세를 배웠다. 스승 예수의 삶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인들은 물론 모든 인류 전체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