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들은 초세기부터 교회 공동체와 세상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하고, 올바른 가르침들을 전하며 주님의 백성들이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1베드 2,9)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왔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일곱 부제를 뽑은 것도 성령의 이끄심을 받은 사도들의 결단이었습니다. 사도들은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리스계 유다인들이 배급에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식탁 봉사만을 위해 평판이 좋고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뽑았습니다. 사도들에게 선택된 일곱 봉사자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그들의 희생과 사도들의 기도와 가르침으로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게 되었고, 제자들의 수도 늘어났으며, 사제들의 큰 무리까지 믿음을 받아들이게 됩니다(사도 6,1-7).
이렇게 시작된 교회의 복음 선포는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이끄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은 사도들의 모범에 따라 오늘날에도 교회 공동체와 시대의 징표에 귀를 기울이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주님의 백성들이 나아가야 할 바를 결정해 왔습니다. 오늘 2독서와 복음 말씀은 초대 교회 때부터 사도들이 교회를 이끌기 위해, 공동체와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기반을 두어왔는지, 또 앞으로 어디에 집중하고 무엇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줍니다.
먼저, 2독서에서 사도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살아있는 돌이자 하느님께 선택된 돌이기 때문에 교회는 그 돌을 바탕으로 영적인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칠 때 진정한 거룩한 백성이요, 겨레요, 사제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돌에 바탕을 두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어둠 속에 머무는 이들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하느님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모든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히브리어 어법에 따라 이 표현을 다시 읽으면 예수님만이 “생명에 이르는 진리의 길”, 곧 “생명에 이르는 참된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생명이신 아버지 안에 계시고, 생명이신 아버지께서 예수님 안에 계시기 때문에 예수님을 보는 것이 아버지를 보는 것이고, 예수님을 아는 것이 아버지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직 당신을 알고 당신 안에 머무는 것만이 생명을 얻는 참된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은 당신이 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은 예수님 안에 머물고, 예수님이 그 안에 머무르시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 예수님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하느님을 알게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해 나가는 이들이 바로 예수님의 제자들이며, 그런 이들이 이끌어가는 공동체, 아니 그런 이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야말로 참으로 선택된 겨레, 임금의 사제단, 거룩한 민족, 그분 소유가 된 백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이 오직 예수님이라는 돌 위에 서서 그분 안에서 생명에 이르는 참된 길을 찾음으로써, 교회 공동체와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 더 나아가 하느님의 현존을 보여주는 참된 일꾼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그들이 교회와 세상의 필요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며, 모든 것을 올바로 판단하여 세상 종말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백성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우리도 그들의 모범에 따라 예수님을 올바로 믿고 따름으로써, 선택된 겨레요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요 그분 소유가 된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