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우울한 아침이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방에 배 깔고 누워서 추억의 영화나 한편 보면 참 좋은데…’라고 생각하는데 베드로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신부님은 군대 갔다 오셨습니까?”
“나야 물론 갔다 왔지. 베드로씨는 갔다 왔어요?”
베드로가 장난스럽게 경례를 붙이며 씩씩하게 대답한다.
“예, 저는 육군 병장 만기 제대에 취사병으로 요리 좀하다 왔습니다! 신부님은 어디서 근무하셨습니까!”
“저 말입니까? 저는 해병대 근무했습니다. 그것도 남들보다 근무성적이 좋아서 짧게 18개월만 했습니다. 또 애국심이 남달라서 군대 식량 축내기 미안해서 집에서 밥 먹고 다녔습니다.”
해병대라는 말에 놀라던 베드로가 이야기를 다 듣고는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그럼 이제는 사라져버린 전설의 부대 ‘방위병’이십니까?”
“하하, 뭐 어디서 근무했는가가 중요합니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제각각 맡은 자리에서 임무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죠. 하하하.”
백 신부가 겸연쩍게 말을 끝내려 하자 베드로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신앙인이 총을 들고 전쟁 훈련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뉴스를 보니까 총 드는 것을 거부해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2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뭐,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긴 했지만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어쩐 일로 베드로씨가 이런 어려운 문제까지 생각을 다 하십니까?”
베드로가 삐진 듯이 입을 삐죽 내민다.
“하하, 농담입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현대처럼 군사력으로 서로 견제하고 국가적 우위를 메기는 사회는 더 그렇죠. 또한 우리나라처럼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군사력을 통한 국가 방위는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평화와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대는 없어져야 합니다. 이사야서 2장 4절에서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하시고, 미카서 4장 3절에 보면 ‘그분께서 수많은 백성 사이의 시비를 가리시고 멀리 떨어진 강한 민족들의 잘잘못을 밝혀 주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시어 하신 첫 말씀이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하십니다. 물론 이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고 강조하시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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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
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마산교구 사회사목 담당, 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창원시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 정의평화위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