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김희중 대주교(주교회의 의장)
다양한 목소리 품어 안는 ‘통합의 사회’ 기대합니다
사회적 약자 존엄 보장 위해 법과 제도 재정비해주시길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따라 인권 보장된 나라로 이끌어야
지역과 경제적 배경 등 차별 없이 공정한 기회 주어지는 나라 돼야
남북 화해와 평화공존 증진 필요 국정 철학과 전망 국민과 공유를
세월호 참사 같은 일 없어야 인간이 경제 중심 되는 사회 절실
발행일2017-05-14 [제3044호, 12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부한 말을 전한다.
민주주의는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통하여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다양한 의견과 제안들을 조화시켜 최대 공통분모를 이끌어내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조적인 탄식 속에, 조상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이 나라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촛불집회에 나섰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결실이자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인 새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만들어 주길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를 이끌어나갈 선장과도 같은 새 대통령님께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비유로 들어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오케스트라는 저마다 다른 음색과 높낮이를 내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음의 강약과 장단을 조절하며 화음을 이루게 됩니다. 새 대통령님께서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들을 충분히 청취하시고 모든 이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과 정파에 차별을 두지 마시고 국민들이 각자 지닌 다양한 능력과 재능들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최대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조금 더디더라도 기다림의 미덕을 발휘하시어 봉사하여 주십시오.
능력이 특출한 한 사람이 100보 앞서 나가는 사회가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열 사람이 함께 10보 나아가는 통합의 사회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진솔한 소통을 통한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정치를 ‘대화의 기술’이라는 차원에서 ‘대화의 예술’이라는 차원으로 끌어올리십시오. 예술은 때로는 파격적이면서도 논리를 초월하여 서로를 소통시키고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넓게 열어줄 것입니다. ‘다르다는 것’은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을 넓혀줍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라, 더욱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다른 것’이라는 의식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국정 수행을 위한 제언
새 대통령님께서 국정을 수행하시는 데 고려해주시도록 몇 가지 구체적인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정신에 따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도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누릴 수 있는 배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헌법에 표현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제약받지 않고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인권이 보장된 나라로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국토의 균형 발전과 모든 지역의 인재들이 차별 없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인사탕평책을 시행하며,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공존을 보다 적극적으로 증진시키는 국정 철학과 비전을 모든 국민들과 공유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가난하고 배경이 없어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는 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고 누구나, 특히 청년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삶의 행복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나라, 어린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죽음에 내몰리지 않는 안전한 나라, 식량자급산업인 농업이 중요시되어 그 어느 농민도 백남기 형제처럼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 않는 나라, 어느 누구도 정치적 노선 차이로 억울한 호소를 할 필요가 없는 나라를 우리 국민은 간절히 원합니다.
또한 사람이 제도로서의 국가보다 우선시되고 무절제한 자본주의 경쟁보다는 인간이 경제의 중심이 되며, 국가는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의 행복과 품위 있는 삶, 그리고 공동선을 증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해야 합니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
특히 정치와 경제, 검찰과 언론, 재벌의 개혁 없이 우리나라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혁을 이루도록 뜻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새 대통령의 탄생이 우리 나라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축복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