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동창 신부님이 공부할 때 간식으로 먹으라면서 빵 몇 개 사 준 적이 있습니다. 빵은 하나만 먹었고, 나머지는 수도원 식당에 내놓고 형제들과 나누어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지난주에 선물 받은 화과자 생각이 났습니다. 그 날도 두 개 정도를 먹곤 수도원 식당에 가지고 가 형제들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했는데, 그만 깜빡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날 밤엔 잊어버리기 전에 아무도 없는 식당에 몰래 내려가서, 빵이랑 화과자를 수도원 식탁 위에 올려놓고 돌아왔습니다. 선행은 남몰래 하는 것이 제멋이라는 우쭐쭐함을 가지고…. 다음 날 아침, 전례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배식대 위에는 누가 가져다 놓은지 모르는 빵 몇 개와 화과자 박스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내심 흐뭇…. 식사 전 기도를 마치고, 수사님들은 뷔페식으로 차려진 배식대에서 자신들이 드실 양만큼 밥이랑 국, 음식과 함께 빵과 화과자를 가지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면서 슬슬 마음까지 뿌듯해지려는 순간! 어떤 형제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 이 화과자 유통 기간이 일주일이나 지났네. 이거 먹어도 되나?”
순간,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아이고, 유통기간을 확인 못 했네. 유통기한이 지났으면 결코 내놓지 않았을 텐데! 에이, 자수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붉어진 얼굴로 입을 떼려는 순간,
“야, 누가 방에서 혼자 먹으려고 했다가, 유통기간 지나니까 이렇게 몰래 식탁에 내놓은 거 아냐!”
그 말을 듣는데, ‘헐….’ 차마 내가 내놓았다고 자수할 수가 없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장이 쿵, 쿵 뛰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형제가 말하기를,
“어, 이 빵은 괜찮은데. 빵은 정말 맛있어요.”
“화과자도 먹어보니 맛은 괜찮은데요. 뭐 별 이상도 없고. 그냥 맛있게 먹어도 되는 듯해요.”
‘휴….’
그날 아침, 밥을 먹었는지 모래를 씹어 먹었는지…. 나도 태연하게 유통기간 지난 화과자 하나를 먹었습니다.
아무튼 유통기간 사건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순간 이중 감정이 들었습니다.
‘석진아, 형제들이 먹는데 유통기간 지난 것을 내놓다니! 정신 좀 차리자, 정신. 그런데 형제들, 화과자 맛있게 잘만 먹던데. 그렇게 잘 먹으면서 유통기간이나 따지다니!’
형제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미안하면서도, 왠지 섭섭하기도 하고. 유통기간 지났다는 것을 큰 소리로 떠들면서, ‘화과자 누가 가지고 왔느냐’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서, 화과자는 제일 많이, 제일 맛있게 잘 먹는 형제들이 얄밉기도 하면서, 또다시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려는 마음’ 보다, 선행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지금 당장’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눌 것이 있으면, 내일 하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하는 것! 원래 선행의 유통기간은 ‘지금 당장’인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