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열린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전야기도회 시작에 앞서 신자들이 파티마 성모상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평화를 위한 기도의 상징’인 파티마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 12~13일 포르투갈 파티마를 사목 방문했다. 특히 교황은 철야기도와 성모 발현을 목격한 두 목동의 시성을 통해 희망과 평화의 복음을 전했다.
◎… 5월 12일, 포르투갈 파티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파티마 ‘순례’가 기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은 기내에서 수행기자단과 인사를 나눈 후 “이번 파티마 대성당 방문은 좀 특별하다”면서 “이번 여행은 기도의 시간, 주님과 주님의 어머니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티마 인근 몬테 레알 공군기지에 도착한 교황은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사 포르투갈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환담을 했다. 또 교황은 기지 내 경당을 방문하고 아픈 군인 가족들을 만나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 몬테 레알 공군기지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파티마에 도착한 교황은 각종 깃발과 하얀 손수건을 흔드는 군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어 교황은 100년 전 성모가 발현한 곳에 지어진 성모 발현 경당을 찾아 침묵 중에 기도했다. 교황은 “장벽을 허물고, 경계를 넘어서 주변부로 나아가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성모의 전구를 빌었다.
이어 복자 바오로 6세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했던 전례를 이어, 은으로 만든 꽃병에 담긴 순금의 꽃을 성모상에 봉헌했다. 이 경당에 있는 성모상 왕관은 지난 1981년 5월 13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피격 당시 범인이 사용한 총알도 함께 녹여 만들었다.
◎… 전야기도회에 참가한 교황은 순례자들에게 “목동에게 발현한 성모의 가르침대로 하느님 자비가 ‘가장 필요한 이웃’을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궁핍한 이들과 내몰린 이들, 소외되고 미래가 없는 이들, 고아와 불의를 겪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축복이 내리길 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황은 성모 마리아를 “복음화의 모델”로 칭송하며, 우리 모두가 죄인에 대한 처벌보다는 자비를 보여줄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판단에 앞서 자비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면서 “성모와 함께 우리 모두는 주님 자비라는 성사의 증표로 누구나 언제든 용서하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3일 파티마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의 시성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날 시성식은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행사의 절정을 이뤘다. CNS
◎…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행사의 절정은, 성모 발현을 목격했던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남매의 시성식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3일 두 남매를 성인으로 선언했다. 순교자를 제외하고 미성년자가 시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종 당시 프란치스코는 11살이고 히야친타는 10살이었다. 남매는 지난 200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5월 13일, 파티마 대성당에서 열린 시성식 미사에서, 교황이 “복자 프란치스코 마르투와 복녀 히야친타 마르투를 성인으로 선언한다”고 말하자 50만 군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했다. 교황은 “이들 남매가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모든 것을 주님께 바쳤다”면서 “아픈 이들은 질병을 삶의 선물로 여기며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라”고 당부했다.
◎… 한편, 남매의 시성을 위해서는 남매의 전구를 통한 기적이 필요했는데, 이 기적은 브라질에서 나왔다. 지난 2013년 당시 5살이던 루카스라는 아이는 동생과 함께 놀다가 6m 높이의 창에서 떨어졌다. 땅에 머리를 부딪친 루카스는 뇌세포 손상까지 입는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아이가 살아날 가능성이 아주 낮으며, 회복하더라도 인지장애를 갖거나 식물인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루카스의 아버지는 당시 아이를 위해 파티마 목동의 전구를 빌었다. 이튿날에는 인근 가르멜 수녀회를 찾아 수녀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온 가족과 이웃들이 모두 파티마의 목동들이 전구해줄 것을 청했다. 4일 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루카스는 의식을 회복했고, 이틀 뒤에는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루카스는 어떤 장애나 부작용 없이 완전히 회복했다.
한 순례자가 5월 11일 무릎으로 걸으며 포르투갈 파티마 대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