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포르투갈 파티마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성모님의 발현 100주년을 기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서 발현 목격자인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두 목동이 시성됐다. 이날 파티마는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하늘나라에서 땅에까지 오신 어머니의 원의를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주님을 더 많이 찬미하고 더 깊게 믿으며 더 간절하게 바라고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기도하고 격려하는 장이 됐다.
성지는 축제의 광장이었다. 100년 전 이날 어린 목동 셋이 하늘나라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성모님을 만났지만, 오늘은 전 세계에서 순례자들이 모여와 어머니를 느끼고 기념하며 그 원의를 새겼다.
거대한 찬미 열기 속에는 한국에서 온 수백 명의 신자들도 함께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오는 먼 길임에도 성모님을 만나기 위해 순례자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파티마까지 날아왔다. 기념 미사에 참석한 한국 신자들은 그룹별로 40여 명에서 100여 명까지 순례단을 꾸려 이곳에 왔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온 순례자들도 더러 있었다. 1~2년 전부터 순례를 준비해 온 순례자들은 5월 10일 혹은 1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꼬박 하루를 걸려 파티마까지 왔다.
파티마 성모 발현지에서 한국 순례자가
무릎 걸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최미경 수녀 제공
파티마 대성당 앞에 모인
한국 순례단. 최미경 수녀 제공
5월 12일 밤, 한국인 순례자들은 발현 기념 전야기도회에 참석했다. 낮부터 구름처럼 모여든 전 세계 순례자들 속에서 한국 순례자들 또한 세계의 평화,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회개와 보속의 묵주기도를 바쳤다. 촛불이 바다를 이룬 이날 밤 성모 발현 경당을 중심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자신과 이웃의 삶을 봉헌하고, 고통으로 물든 세상이 분쟁에서 평화로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13일 오전 6시 이미 광장은 순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도 태극기를 들고 군데군데 자리를 잡았다. 묵주기도, 입당행렬, 미사로 이어진 예식은 오후 1시가 지나서 막을 내렸다. 순례자들은 너무나 많은 인파들 속에서 서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비좁은 대로, 또 사람들에 부대끼면서도 역사적인 순간에 성스러운 자리에 있는 자체로 기뻐하였다. 그리고 성모님을 통해 전해져 오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젖었다. 초대받은 기쁨으로 어떤 불편함도 부족함도 모두 감수해냈다.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은 긴 준비와 많은 시간을 들여 이곳까지 왔는데 빠듯한 일정으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보다 깊이 기도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공들여 찾아온 땅이 주님의 어머니께서 하느님의 뜻을 밝힌 곳인데 그 마음을 헤아려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를 키우고 갔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은 지울 수가 없다.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그때는 고요함 중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기대해본다.
최미경 로사리아 수녀(티 없으신 마리아 성심 수녀회 / 파티마 한국인 순례자를 위한 해외 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