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봉헌된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미사 전 ‘티 없으신 마리아 수도회 소속 재속회’ 회원들이 노래 ‘성모찬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기념하고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임진각 평화통일 기원미사가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본부(본부장 하 안토니오 몬시뇰) 주최로 5월 11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봉헌됐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을 맞아 이 미사에는 어느 해 보다 많은 신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다른 해보다 많은 신자가 참석한 이날 약 1만 명이 29만㎢(8만8000평)되는 광활한 공원 반 이상을 메우고 한마음으로 묵주기도를 바친 뒤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이한택 주교는 “우리나라의 통일과 정치·사회적 안정을 기원한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이 주교는 강론에서 파티마 성모 메시지를 전한 어린이들의 성덕을 강조했다. “5월 13일 성인이 되는 프란치스코, 히야친타 두 어린이는 각각 9살, 7살로 여느 아이들처럼 놀기 좋아하고 양떼를 지키는 어린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성모 발현을 목격한 뒤 성모님이 부탁한 묵주기도, 천사기도, 희생기도를 죽는 날까지 열심히 바쳤다”며 성인이 된 어린이들이 했던 일을 설명했다. 이어 이 주교는 “거창한 일을 해야만 성덕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처럼 순결하고 성실하게 살면 성덕이 쌓일 것”이라며 10살 미만 어린이들이 성인이 된 비결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이 주교는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성실하고 단순했다”며 현재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단체 협의회(이하 한국평협)가 펼치고 있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언급했다. “대통령, 농부, 학자, 사제, 수도자가 각각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할 때 이 나라는 평화와 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미사 시작 전부터 기도 열기가 뜨거웠다. 신자들은 묵주기도 25단을 사회자의 주도에 따라 한 목소리로 바쳤으며 ‘티 없으신 마리아 수도회 소속 재속회’ 회원들은 미사 전 노래 ‘성모찬가’에 맞춰 성모님을 찬양하는 율동을 선보임으로써 미사 현장에 모인 신자들의 성모 신심을 더욱 드높이기도 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미사의 절정은 세 목동과 왕관을 쓴 성모상이 행렬과 함께 입당하는 순서였다. 신자들은 모두 일어나 미사보를 손에 들고 흔들며 성모님을 맞이해 드넓은 공원이 흰물결로 파도를 이루는 장관을 만들었다. 또한 어린이 세 명이 파티마의 성모 발현을 목격한 목동 복장으로 꽃을 뿌리며 행렬에 함께해 신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부산에서 이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에 출발해 파주까지 왔다는 김영애(렐린다·부산 괴정본당·65)씨는 “파티마에 직접 갈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오니까 참 좋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미사를 주관한 교구인 의정부교구 신자 이 베드로(56)씨는 “북한이 가까운 의정부교구에서 세계평화를 강조한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의미가 깊다”며 “파티마 성모의 평화 메시지가 전국에 퍼져서 남북화해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사가 끝날 무렵 김강정 신부(파티마의 세계 사도직 한국본부 부본부장)는 우리나라에서 파티마의 세계 사도직을 다시 일으킨 하 안토니오 몬시뇰(95)의 편지를 읽었다. 하 몬시뇰은 “이 미사에 꼭 오고 싶었는데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와 주신 신자들에게 고맙다. 하늘나라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편지를 통해 전했다.
이날 미사는 이한택 주교가 주례하고 이기헌 주교, 유흥식 주교, 정신철 주교, 유수일 주교, 조규만 주교를 비롯한 40여 명의 사제가 공동 집전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