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3,34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제자들도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명령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이렇게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이야말로 당신을 참으로 사랑하는 이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사람은 아버지께 사랑받을 것이고, 예수님께서도 그를 사랑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당신이 이제 곧 떠날 때임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곧 십자가 위에서 당신 사랑을 완성하신 뒤 아버지께로 올라가실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고아로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다시 오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 곧 당신이 부활하실 때 제자들은 예수님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은 당신을 결코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을 볼 것입니다(요한 14,21).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을 알고 있고, 그분이 명하신 사랑의 계명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작과 마지막에 당신의 부활을 볼 사람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시는 듯합니다. 그것은 바로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입니다. 그들만이 예수님을 진정으로 아는 이들이고, 하느님을 아는 이들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떠나신 뒤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제자들을 위해 다른 보호자를 보내어 주시도록 청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보호자는 진리의 영으로 아버지께서 보내어 주시는 영이자(요한 14,17 참조), 예수님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영입니다(요한 20,23 참조). 그리고 보호자 성령께서 오시면 그분은 제자들과 영원히 함께하면서 제자들이 모든 것을 올바로 깨닫도록 해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사도 바오로도 1코린 12,3에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참된 진리를 알려 주시는 분으로 예수님만이 우리를 아버지께로 이끌어 주시는, 생명의 길로 이끌어 주시는 분임을 보게 해 주신다는 말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계명, 진리의 길을 걷도록 만들어 주는 분이시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 1,8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이 내리면 제자들은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명하십니다. 오늘 1독서는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제자들이 사마리아에서 복음의 증인이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이어지는 사도행전 이야기는 제자들의 증언이 세상 끝, 곧 로마에까지 이르렀음을 전해줍니다(사도 28,17-31 참조). 이러한 제자들의 증언은 로마를 넘어 오늘날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제자들에게 내렸던 같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신앙의 길에 들어선 이들입니다. 보호자 성령께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2독서의 사도 베드로가 말하듯이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며, 바른 양심으로 온유하고 공손하게 믿음과 희망을 고백하고, 사랑을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또한 사랑을 실천하다가 겪는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도록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해 주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주님께 받은 성령을 기억하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예수님만이 참으로 우리 주님이심을 고백합시다. 그리고 성령에 모든 것을 내어 맡기며, 주님에 대한 믿음과 희망, 사랑을 실천합시다. 그렇게 우리 모두 주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드러냅시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도 부활하신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는 이들, 진정 당신을 아는 이들은 모두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