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어느 신부님께 직접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신부님은 평소 책을 많이 보시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상반신이 마비 증세가 오더니 오른쪽 어깨가 찢어질 듯 아프더랍니다. 간신히 병원을 찾아갔더니,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신부님이 말하기를 경추 2번과 3번, 3번과 4번, 그리고 5번과 6번 디스크였답니다. 급히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문안 오시는 분들마다 ‘요즘은 의료 기술이 좋아져서 목 디스크 수술은 아무것도 아니니 수술 하세요’, ‘목 디스크 수술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재발 100%예요’라면서 서로 갑론을박하다 얼굴을 붉히며 가더랍니다. 아무튼 신부님의 최종 결정은 퇴원 후 재활 치료 잘하는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그래도 안 나으면 그때 수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열흘 정도 입원 후 퇴원해서 사제관으로 갔는데, 그날 저녁에 무척 아끼는 후배 신부님이 찾아왔답니다. 뭔가를 가슴에 안고! 그건 다름 아닌 베개였답니다. 후배 신부님은 선배 신부님을 위해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베개를 사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 후 신부님은 재활 병원을 가서 치료 스케줄을 잡았습니다. 병원장님 말로는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3개월 후에는 목 디스크 통증도 사라지고, 좋아질 것이라고 했답니다. 치료에 확신을 가진 병원장님의 모습을 보고 완치에 대한 믿음을 가졌답니다. 그래서 처음 두 달 동안은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을 다녔고, 목 디스크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답니다. 그리고 셋째 달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혼신의 힘을 다해 병원을 다녔으며,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신부님 표현으로는 당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처음으로 석 달이라는 시간을 써 본 것입니다. 또한 치료를 마치고 사제관으로 돌아오면 후배 신부님이 선물로 준 베개가 그 신부님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힘든 치료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언제나 베개를 벗 삼아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고, 다시 목 디스크 검사를 했답니다. 검사 결과는 병원장님 말로는 목 디스크 상태는 무척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계속해서 목이랑 어깨에 통증이 있었기에 치료가 정말 잘 되었는지를 스스로는 확신할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원장님과 증상에 대해서 심도 깊은 상의를 하는 도중에, 원장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신부님, 혹시 불편하시겠지만 지금 쓰고 있는 베개를 내일 당장 병원으로 가지고 와서 저를 보여 주실 수 있으신지요?”
목 디스크만 나을 수 있다면 뭘 못할까 싶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후배 신부님이 사준 베개를 가지고 병원을 가는데…. 베개 쿠션이 좋기는 한데, 크기가 무척 커서…. 개인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았던 그 신부님은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가 차가 막힐 것 같아서 대중교통으로 병원을 가는데…. 만원 버스, 만원 지하철 안에서 멀쩡하게 생긴 분이 커다란 베개를 앉고 타니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이 왠지…. 정상이 아닌, 마치 정신세계가 독특한 사람처럼 쳐다보더랍니다.
(다음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