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창간 65주년」을 맞아 서울ㆍ인천지역 일선 본당수녀 2백23명(서울=1백74명, 인천=49명)을 대상으로「선교에 관한 본당수녀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목적은 선교 일선에 파견되어 있는 수녀들의 진단을 통해 한국교회의 선교의 현황을 알아보고, 본당 경험이 많은 수녀들이 생각하는 선교의 문제점과 대책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이다.
설문은 19문항에 걸쳐 주로 본당수녀들이 바라보는 교회 전망과 효과적인 선교방안, 선교를 위한 인력수급문제에 대한 의견 등을 다루었다.
조사방법은 3월에 있은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연수회에 참석한 본당수녀들을 대상으로 일괄조사, 조사표본을 참석자에 한정시켰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3%, 30대 47.9%, 40대 24.2%, 50대이상 21.9%로 30대가 가장 많았고 직분상은 유기서원자가 26.7%, 종신서원자 73.3%였다.
그리고 본당 총근무연수는 1년이하 9.7%, 1~5년미만 38.0%, 5~10년미만 14.8%, 10~15년 14.4%, 15년이상 23.1%였다.
이번 조사는 조직적인 표본조사보다는 임의적인 일괄조사라는 점에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으나 일선 본당수녀들의 선교에 대한 의식을 통해 한국교회의 선교현황을 되짚어 본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면 일선 본당수녀들의 의식 속에도 한국교회에 대한 희망적인 설계도보다는「하강」「정체」라는 비판적인 전망이 더 지배적이고, 이 위기의식은 초년생보다는 본당경험이 많은 수녀들에게 더욱 깊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응답대상인 2백23명의 서울, 인천지역 본당수녀들은『2천년대의 한국교회 신자증가율은 어떠하리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30.8%인 68명만이「현재보다 증가한다」고 답했을 뿐 39.4%인 87명이 「감소한다」, 24.4%가「비슷할 것이다」라고 응답해 교회의 획기적인 대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표 1참조>
특히「감소한다」는 예상은 본당 근무연수가 1년 이하인 수녀들중 19.0%로 별로 높지않으나 장기근무자에 속하는 5~10년 수녀중에서는 34.4% 10~15년 41.9%, 15년이상 42.0%순으로 증가함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80년대와 비교할 때 지금의 전교상태는 어떠하다고 보는가』라는 과거와의 비교평가 질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응답자의 28.4%만이 잘되고 있다고 볼뿐 3분의2에 달하는 63.1%가 「잘 안되거나 정체되어 있다」고 답했다.
『왜 잘 안된다고 보는가』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을 훨씬 넘는 59.8%가 「교회의 중산층화 및 대형화」를 지적 교회의 자족적(自足的)인 중산총화를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들었고 다음으로「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소극적 자세」(17.4%) 「교회의 소극적인 사회참여」(10.9%)「성직자와 수도자의 권위의식」 (5.4%)을 꼽았다.
효과적인 전교를 위한 전체조건을 묻는 항목에서는 절반을 넘는 52.9%가「교회의 내적 쇄신」이라고 응답, 교회의 고질적인 병원(病原)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았으며 35.9%가「기초공동체의 활성화」, 9.0%가「전교정책 개발 및 시행」, 2.2%가「전교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파견」이라고 답했다.
즉 수녀들은 전교의 전체조건으로 행정적인 정책시행이나 전문인력 양성과 같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신앙적이고 윤리적인 교회의 원상(原狀)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과거에 별로 대두되지 않은「기초공동체의 활성화」의 중요성을 부여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본당수녀들은『가장 효과적인 선교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삶의표양」(60.6%)「사회정의 선포 및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32.1%)「직접적인 입교권면」 (5.0%)「홍보매체를 통해서」 (2.3%)라는 순으로 뽑아 표양과 모범이 일차적인 선교의 전체조건이자 최선의 선교방법이라고 응답했다. <도표2>
이 문항은 지난 88년 본사가 전국1천1백여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이라는 사회조사보고서에서 신자들의 표양(66.0%)-이웃에게 직접권면(18.4%)-사회정의 선포 및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9.2%) 순의 반응과는 달리 「사회정의 선포 및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가 입교권면보다 우선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점이 다르다.
또한 최근들어 복잡한 현대사회의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는 홍보매체의 이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교회내에서 일고 있지만 본당수녀의 단 2.3%만이「홍보매체」의 효과를 인정, 홍보매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반응은『교회의 언론매체들의 선교사업에 대한 공헌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라는 질의항목에「높다」가 단 13.1%로 저조하고「낮다」가 25.2%, 「그저 그렇다」가 54.2%, 「잘 모르겠다」 7.5%로 거의 2/3이상이 무관심하고 냉담한 답변을 하고 있는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본당내 교육자료용으로 주로 어떤 매체를 참고하는가』문항에서 신문(33.0%)-신심서적(32.0%)-신학서적(23.3%)-잡지(9.2%)-방송(2.4%) 순으로 답변, 신문과 같은 언론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의외로 높을 뿐만 아니라 폭넓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심리가 살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교회의 심각한 누수(漏水) 현상을 빚고 있는 냉담자들을 회두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응답수녀의 절대다수인 89.1%가 「전교수녀의 직접적인 가정방문」을 꼽았으며 그외「이웃신자나 본당액션단체 단원 파견」 (6.8%)「정기적인 주보 및 교회간행물 배포」(2.3%)「전화통화」(1.8%)를 들었다.
이같은 응답결과는「2백주년 사목회의 사회조사보고서」(85년 발간)에서 일반인 7백6명을 대상으로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태도나 접촉의사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6.7%가「호감을 갖게된다」고 답했고 접촉의사가 있는 가를 묻는 문항에서는 26.6%가 「내가 먼저라도 이야기를 청하고 싶다」, 54.4%가「그들이 먼저 청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본당의 레지오 단원을 비롯한 여러 액션단체들의 가정방문등과 같은 방법에는 단 2.3%만이 효과적이라고 응답해 액션단체들의 전교활동을 매우 낮게 평가한 점과 지도자급에 속하는 본당 수녀들이 정기적인 주보 및 교회간행물의 배포를 비효율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이례적인 결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응답 수녀들은『전교를 위한 본당의 재정적 투자도는 어느정도라고 보는가』라는 문항에 대해서 단지 8.1%만이「높다」고 응답했을 뿐 43.7%가「낮다」, 39.6%가 「그저 그렇다」 8.6%가 「잘 모르겠다」 등 차갑고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번 조사결과 비교적 응집력있는 결과를 나타낸 사항중의 하나는『본당선교활동중 수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결과로서 응답자의 3분의2를 훨씬 넘는 72.0%가 「본당신부들의 하달식 지시 체계」를 지적한 점이라 할 수 있다.
<도표3>
물론「신자들의 비협조적 자세」(14.5%)와「수녀 직분에 대한 신자들의 잘못된 인식」(10.6%), 「경제적 어려움」(2.9%)도 지적됐지만 현격한 격차로 부상된 본당신부들의 하달식 지시체계는 근무년수 1년이하 수녀중 55.0%, 1~5년(74.1%)5~10년(73.3%) 10~15년(75%) 15년이상(70.2%) 등 폭넓게 나타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2백주년기념 사목회의 사회조사보고서」에서 나타난 국내 거주 1천12명의 성직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는 성직자들이 『사목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단 5.96%만이「사제 및 수도자와의 관계」라고 밝히고 있어 본당수녀들의 반응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외 「수녀들은 원래 신부 밑에서 일을 돕는 것이 본업」이라는 신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본당에 파견된 수녀들도 하여금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켜 실질적인 선교활동에 적지 않은 곤란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의외로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과거 당연시 되어오던 사항에 대한 본당수녀들의 적지않은 의식의 변화를 살펴 볼 수 있었는데, 이는「본당 상주(常住) 유급제 교사」와「본당수녀들의 본당 상주」문항에서 드러나고 있다.
즉 본당수녀들은『교회가 공인한 신학과정을 이수한 평신도들을 본당 상주 유급제 교사로 채용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2.3%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13.3%가「반대한다」, 27.1%가「유급제는 반대하지만 봉사제는 찬성한다」 7.3%가「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또한『찬성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항목에 대해서는 찬성자의 절반인 50.0%가「봉사제만으로는 인력확보가 어렵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응답해 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해서는 유급제 전문인력을 본당에 상주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으며 그외「본당수녀만으로는 효과적인 본당사목을 지원할 수 없으므로」 (25.8%), 「전문교육을 이수한 평신도 양성을 부추겨 주기 위해」 (15.8%), 「현 전문인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4.2%)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응답자의 79.4%는 유급제이든 봉사제이든 평신도 전문인력의 본당 상주체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고, 50%는 현행 무급제 비전문인력에 의한 교리교육 방식은 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양질의 평신도 전문인력의 양성을 아예 차단하는 폐단을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신학과 사목학 등 평신도 정규교육과정이 인원상극히 제한되거나 속성과정으로 되어있고, 비록 교육자격증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유급제로 받아주는 본당이 별로 없어 비전문분야로의 업종변경이 불가피한 현실을 본당수녀들이 잘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녀들의 현재 본당교리교육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조사에서는 거의 절대 다수인 80.7%가「생활교리가 되도록 한다」고 응답했고 13.2%가「시사적인 교리교육」, 5.2%가「교본 중심주의적인 교육」, 0.9%가「신학적인 해설식 교육」을 밝혀 본당수녀들의 생활교리교육이 돋보인 반면 시사적이고 신학적인 교육은 매사적이고 신학적인 교육은 매우 저조함을 나타냈다.
또한 『신자 교육시 통일과 북한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대해서는「자주 하고 있다」가 8.3%, 「가끔 하고 있다」37.0%, 「거의 안했다」38.9%, 「전혀 안했다」에 15.7%가 응답,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4%정도가 거의 안했거나 전혀 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거의 안했다」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50세이상의 응답자중에는 26.6%인데 반해40~50대중 39.6%, 30~40세중 39.2%, 20세이하가 47.9%로 증가하고 있어 연령이 낮으면 낮을수록 통일과 북한선교의 중요성을 거의 강조 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수녀들의 본당 상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9.0%가「당연하다」, 32.1%「시간제 파견으로 전환해야 한다」, 25.7%「수녀원으로의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 3.2%「수녀원장상들의 결정을 따른다」고 답변해 기존의 본당수녀 상주체제에 상당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도표4>
즉 당연하다는 의견이 39.0%로 아직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1/4정도인 25.7%가 「현 전교상태는 어느수준에 올랐으니 수녀원의 고유영성이 반드시 본당사목 지원이 아니라면 수녀들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본원으로의 철수도 고려돼야 한다」고 답변, 최근 수녀원의 다각적인 성소 식별(識別)기도 및 고유사업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현 상황에서는 본당 상주체제 보다는 시간제 파견 방식으로 전환해 수녀원의 생활과 본당 봉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데 32.1%가 응답, 시간적ㆍ공간적으로 선교일선에 있던 수녀가 뒷전으로 조금 빠지면서 그 공백을 평신도가 메워야 하는 체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외『본당활동의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특수사목 분야가 무엇인가』라는 항목에서는 교도(5.6%) 노동(5.1%) 빈민사목(28.7%) 학교(3.1%) 교포(11.8%) 사회복지(29.2%) 병원(3.6%) 기타(12.8%)로 나타나 기존의 학교나 병원사목보다는 사회복지와 빈민사목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결국 이번 조사를 종합해 볼 때, 일선 본당사목을 돕고 있는 본당수녀들은 전반적으로 교회의 앞날을 비관적으로 점치고 있으며 현 본당운영 체제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관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외계층이 배제된 자족적인 중산층화및 대형화 교회▲부족한 삶의 표양 ▲태만한 신자 관리 ▲전교를 위한 인색한 재정적 투자 등이 2천년대 교회의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수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한국의 선교현실을 감안, 거의 대부분의 수녀원에서 본당수녀들이 파견되었지만 이제 수도자로서의 정체성 회복과 수녀원 고유의 영성으로의 복귀 등이 논의되고 있어 지금까지 본당수녀 상주체제의 선교일선은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본당수녀들이 선교의 「단순한 협조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던 평신도들을 「선교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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