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창간 65주년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본당 전교 수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는 그 내용면에서 한국교회 선교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특히 한국교회의 교세 전망과 전교상태에 대한 응답에서 수녀들은 낙관적이기 보다는 비관적이다는 입장을 압도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다시한번 한국교회 선교자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주교회의가 한국교회의 예비자감소와 냉담자 증가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한국교회 구성원중 절대다수가 교회의 내외적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대한 대비책은 여러 자리에서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될 뿐, 이들 받아들여서 변화되고자 하는 특별한 노력 분위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설문조사와 최근에 개최된 바 있는 서울대교구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대표연수회는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대책을 지극히 단적으로 진단하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되고 있다.
설문조사와 연수회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대표적인 점은 간단히 표현해서『현재의 교회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현재의 선교 둔화현상등은 현재의 교회 모습을 현대사회와 복음에 맞는 구조로 쇄신하라는 시대적 징표로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함께 설문조사와 연수회는 △신자들이 상호간의 친교와 나눔의 생활을 통해 신앙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만남의 계기도 되고 신앙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신자재교육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성직자의 지나친 권위적인 자세 개선 등을 가장 좋은 처방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와 연수회를 차치한다 해도 한국교회의 현재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러 기회에서 지적된 바 있다.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중 본당의 비대화와 중산층화는 89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제3차 아시아 사회사목연수회(AISAⅢ)」에서 심도있게 분석, 지적된 바 있다.
본당의 비대화 및 중산층화 현상에 따른 각종 문제점은 재삼 거론치 않는다 해도 이미 충분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쇄신되는 모습이나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교회 스스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반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교회의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쇄신의 시발점을 바로 여기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다시말해서 평신도ㆍ수도자 성직자ㆍ교회 장상 모두 현재 한국교회 모습, 현재 자신의 교구의 모습, 현재 자신의 본당의 모습, 현재 자신의 신앙생활 모습을 냉정히 되돌이켜 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어떠한 획기적 대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본당 수녀들의 절대 다수가「본당 선교활동중 수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을 본당신부들의 하달식 지시 체계라고 응답할 만큼 성직자의 자세가 굳어져 있거나, 본당 구성원간의 협조체계가 지시체계로 인식돼 있고서는 특별한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분석인 것이다.
또한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들어온다 해도 그들을 품어주지 못해 교회에서 조차 다시한번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교회의 운영이고 분위기라면 이 사회에 있어서 교회의 소금 역할은 수행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친교의 공동체, 사귐의 신비가 드러날 수 있는 소공동체의 활성화가 요청된다』는 설문조사 및 연수회 참석자들의 응답은 또 선교의 방법과 관련해 제기될 수 있는「투망식 선교방식」과「질적인 선교방식」에 대한 논의에 앞서 현재 신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목이 더욱 요청된다는 문제제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이상 인구중 절반이 넘는 54%가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이중 천주교는 5.7%로 불교 27.7%, 개신교 18.6%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이 자료는 타종파에 비해 가톨릭의 교세성장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같은 자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선교 둔화 현상과 관련, 그 원인을 교회 자체에서 찾으려하기 보다 국가경제의 성장및 향락문화 조성 등 외적 요인에서 발견하려는 교회 일각의 시각은 사리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즉, 불교ㆍ개신교 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수많은 신흥종교들의 성장은 한국교회의 선교둔화 요인이 외적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을 제시해 준다는 점이다. 외적요인에 근거한다면 타종과 역시 가톨릭과 같은 둔화 현상을 보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공동체 소속감을 갖고 싶어 하고, 그 공동체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싶어한다. 바로 이 점에 대한 소홀함으로 인해 냉담자의 증가와 신자들의 타종교로의 개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풀이다.
이같은 여러 상황들을 감안할 때「정서」라는 측면에서의 선교도 깊이 있게 논의되고 연구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선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비신자를 신자화시키기 위한 제방법연구 및 예비자교리, 교리교재, 교리교사, 교육기간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방안 뿐만 아니라 신자들간의 사귐, 비신자와 신자와의 사귐 등이 지금보다 좀 더 효율적인 방도아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사귐이 특정계층과 계층간의 만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소외된 계층에 대한 끊임없는 포용과 다가섬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나온 분석이라고 할수 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자체에서 파생되는 임무(선교교령 6항)이다』는 것은 신자라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 달리말하면 신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신앙을 다른이도 함께 믿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고 할수 있다. 단지 그 신앙을 다른이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전달해 주느냐 하는데 관건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의 강도는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와 자신과의 밀접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높다는 것은 이미 본보가 87년에 조사, 발표한 사회조사보고서에서 증명된 바 있고, 이번 조사에서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같이 이번 조사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단지 이번 조사에서 아쉬운 점으로 나타난 것은 선교와 관련, 교회매체들에 대한 이용률이 적다는 점과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이 다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통일과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것은 선교에 대한 대상을 남한교회로만 국한시키고 있다는 의식을 대변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쪽뿐인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감각이 아직도 폭넓게 알려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선교와 관련해 교회 매체를 소홀히 여기고 있는 현상은 현대세계에 있어 매스미디어의 중요성과 신자교육, 선교등 여러면에서 교회 매체들의 성격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선교에 있어 교회의 홍보매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지나치게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교회 홍보매체를 활용한 선교대책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것을 비롯 여러 자리에서 종종 취급되고 있지조차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와 연주회에서 나타났듯이 교회 구성원들이 지적하고, 또 원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선교를 잘하기 위해서는 즉, 복음선포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복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제기된 것이다.
특히 △신자들간의 친교를 통한 나눔의 공동체 △신자재교육을 통한 신앙의 무장화 △비신자인 이웃에게 다가서려는 적극적인 자세 구현 △교회홍보매체 적극활용 노력이 선교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대책으로 제시됐다는 것이 숙고되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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