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사를 신문제작의 일선에서 접하다보면『한국의 1개월은 유럽의 1년과 맞먹는다』고 지적한 서울주재 어느 서방외교관의 말이 가끔 떠오르곤 한다.
우리는 놀랍도록 빠른 변화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60년대 이후 우리가 겪어온 산업화와 그에 따른 사회변동의 속도는 외국인들의 경탄을 자아낼 만큼 급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속한 산업화는 물적 발전과 함께 우리의 전통적 가치규범과 공동체적 정서의 파괴를 수반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정신적 갈등을 증폭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경쟁과 불균형이 빚어내는 사회적 긴장에 더하여 최근 몇년사이 우리가 겪고있는 민주화 개방화 다양화의 물결은 우리사회를 정신적 혼돈의 상태로 몰아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변화를 수용할 도덕적 가치기준이 제시되지않고 있는데 따른 현상일법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 교회의 입장과 가르침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교회의 사회교사적 역할을 시대적 당위로 본다면 그 가교로서의 큰 몫을 가톨릭 매스컴이 맡아야함은 물론이다.
그런면에서 가톨릭신문은 그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언론종사자로서 신문이 갖춰야할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가톨릭신문의 총체적 모습을 살펴본다면 신앙 공동체를 위한 종합지로서 손색이 없다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개방적인 편집자세, 다시말해 교회내외의 문제를 열린 눈으로 다각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를 꼽을수 있을 것이다. 교회신문에서 흔히 보게되는 폐쇄, 배타, 이기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사회 이시대의 당면문제까지를 포괄해서 다툼으로써 교회의 사회계도적 기능을 펼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3ㆍ24총선을 앞두고 공명선거에 앞장설것을 촉구하는 교회의 입장과 정치적중립 지역감정 타파의 당위성을 강조한 기사를 잇따라 크게 취급한 것은 그대표적인 예로 꼽힐만하다.
신자재교육과 이웃돕기 지출의 확대를 강조한 교회예산집행문제점 분석기사는 문제를 드러내놓고 해답을 모색하는 우리교회의 열린자세를 보여주는 편집이다.
학대받는 여성 아동을 위해 교회가 폭력근절에 앞장서야한다는 기사와 사설, 교회의 다기능 사회계도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기사 역시 사회속의 교회, 그리스도 사상의 실천적 도구로서의 우리교회의 역할을 고무하는 것들임에 틀림없다.
사회의 다양화와 분화는 필경 개인의 소외를 빚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은 사회적 연대의식을 퇴색시켜 사회성원을 흩어진 구슬처럼 이산시키는 현상을 낳고있다. 좁은 의미의 교회와 신자들간의 물리적 접촉 역시 소원케 되는것은 불가피한 현상인지 모른다.
때문에 교회매스컴의 연대형성기능은 과거 어느때보다 중시되지 않을수 없다. 이점에서 가톨릭신문의 노력은 돋보이는것 같다. 교회내외의 주요문제를 다루고 입장을 밝히는 기사와 사설이외에 국내교회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알려주는 소식, 교황청을 비롯한 세계각국 교회의 동향을 전하는 외신, 신자들의 의견, 복음풀이, 여성ㆍ어린이를 위한 기사와 해설, 일반사회기사 등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지면을 구성함으로써 연대의 마당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신자들의 실천적 삶과 판단에 혼란을 안겨주는 여러가지 사회현상에 부닥치곤한다.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한 뇌사문제를 그 예로 들수있다 이 문제에 대해 가톨릭신문은 해설과 함께 신학자 의학자의 견해를 곁들인 특집기사를 실었다. 마땅히 다뤄야할 문제를 때에 맞춰 취급한 바람직한 편집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주요쟁점에 대해서는 신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중점적으로 다룰것으로 믿는다 우리교회의 종합지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확신 하면서도 한가지 주문을 한다면 기사의 다양화 다변화 객관화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 줄것과 내용상 구체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가령 수류본당 문선구 신부의 기도모임을 다룬 추적기사와 이와관련한 사이비신앙 집단확산우려 기사가 크게 실렸으나 사이비신앙집단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그것이 어떤 이유로 왜 문제가 되는지 구체성이 미흡해서 일반신자들로서는 모호하고 답답한 감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변화하는 사회의 신앙공동체를 위한 광장으로서 사회통합과 교육을 위한 그리스도적 진리의 전파역으로서 가톨릭신문의 역할증진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오늘, 예순다섯살의 나이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종교지로 발돋움한 가톨릭신문과 종사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