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를 처음 만난 것은 ○○교도소에서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어 심리를 한번 나갔다 온 다음 날이었다. 경수는 친구와 술값 때문에 다투다 감정이 격해져 서로 몸싸움을 하다가 주인이 사망했다.
「강도 살인죄」를 적용. 1심 재판에서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채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는 하얀 한복 차림에 혁수정 위에다 또 수정을 차고 나왔다.
처음 나를 보는 순간 얼굴을 푹 수그리더니 말없이 울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니?』 『경숩니다』 『몇살이지』 『스물셋입니다』
『울지 마세요. 무슨 걱정이 있는지 말해봐요』
『함께 걱정하자』하고 말하자 『어머니는 계모구요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응응응』하고 울음보를 터트렸다. 실컷 울게하고 어깨에 한손을 얹고 조용히 치유기도를 시작했다. 한참만에 울음이 멈추었다.
『용기를 내세요. 아버님은 내가 찾아뵙고 도와드릴께』
주소와 약도를 받아보니 강원도 아주 산골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 했다. 무슨 병으로 앓고 계신지 빠른시일내 찾아 뵈어야 할텐데 어떻게 도와 주어야할지…. 방문 다녀와서 소식을 전해 주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침 교통편이 생각났다.
개인택시 가톨릭기사사도회 마지아씨가 쉬는 날 여러 번 택시를 봉사해주었는데 미안해서 오랫동안 일부러 부탁을 안했더니 두주일전에 전화가 왔었다. 『수녀님 저하고 무슨 틀린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왜 안불려주십니까』했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마지아씨 강원도 원정을 가야할 일이 있어요. 사형수 가정 방문을 가야 하는데 언제 가실 수 있는지요?』했더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내일 아침 9시에 모시러 가겠습니다.』하고 쾌히 약속을 했다.
그리고 또 한주일 전에 명수대성당 히야친따씨가 활동비로 쓰라고 주신 돈이 있어서 그 부인과 동행하기로 했다.
그 다음날 아침 9시 마지아씨가 차를 가지고 오셨다. 히야친따씨와 셋이서 경수네집을 향해 출발 했다. 복잡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 1시간30분정도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 다음 산골로 접어 들어 작고 조용한 농촌에 다달았다.
쌀상회에 가서『경수네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저기 새마을 식당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우리는 히야친따씨가 주신돈으로 2킬로짜리 쌀과 연탄을 주문하고 그 댁을 찾아가니 마침 아버지께서 집에 계셨다. 어머니는 남편의 약을 타러 시내 가톨릭 병원에 가시고 안계셨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아버지의 병환은 당뇨가 심한데다가 외아들의 뜻하지 않았던 사고로 충격을 받아 합병증세가 있어 자주 쓰러지는 바람에 아들의 면회도 못가신다고 하시며 우신다. 한 10여분간 이야기 하는중에 동네 중년 남자분이 방으로 들어오셨다.
『이 산골에 서울 중형 개인택시가 와 있으니 경수 일도 궁금하고 하여 들어왔다』고 한다. 그분은 묻지 않는 말씀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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