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뽀마꼬차 주민들은 말이나 당나귀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걸어 다닙니다. 이곳 주민들은 5~6시간 이상을 걷습니다. 생필품을 구하러, 친지를 만나러, 밭에 일하러 갈 때 등 이들은 걷고 또 걷습니다. 남녀 할 것 없이 페루인들은 6~7살부터 말타기를 배우기 때문에 안장없이 달리는 말위에서도 자유로이 행동한답니다.
우기에 차의 운행이 어렵거나 길이 없는 마을에 갈때나 산을 오르내릴 때 말은 꼭 필요하답니다. 덕분에 우리도 옛날 바오로회 수녀님들이 말을 타고 다니며 제주도를 선교하셨듯이 겁없이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신부님도 우리도 각각 말을 한필씩 가지고 있답니다. 이름하여 신부님의 것은 갑순이고 저희들 것은 콩쥐입니다.
통신수단이 전혀 없는 이곳 뽀마꼬차에서는 애타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가족이 집을 떠났을 때 돌아와서 눈앞에 보여야만 근심이 사라지듯 통신수단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우편물 또한 인편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분실이 잦고 확실성이 희박합니다. 이런 불편함들이 더러는 고국의 공동체와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곳 자연의 아름다움은 우리를 여러가지 피로에서 회복시켜 준답니다.
서신부님은 자동차로 약 2시간 남짓되는 거리의 훔비자마을에 자주 미사를 드리러 가신답니다. 이곳에는 사제가 없고 다만 멕시코 수녀님들이 학교, 보건소, 성당일을 맡고 있습니다.
서신부님께서는 자신을 이름하여 『아마손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말씀하신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선교활동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선교지를 방문하면서 길가에 핀 29종이 넘는 들꽃들에 넋을 잃어 자연에 동화되곤 하신답니다. 먼 선교지를 방문하고 돌아오실때마다 서신부님은 항상 『이 들꽃들이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준다』하십니다.
재미있는 일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김치를 담그려는데 고추가 없어 어느 교우집에 들러 『고추 있느냐』고 물어보니 집뒤에 고추밭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대로 따 가랬습니다. 하지만 나는 고추밭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후 그집 아주머니가 긴 장대를 가지고 내게로 와서는 『수녀님, 저 위를 보세요. 크고 좋은 고추가 있잖아요』하지 않는가. 아니 이럴수가! 고추나무 줄기가 곁에 있는 고목을 타고 올라가 크고 빨간 고추들이 나무 꽃대기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장대로 고추를 딴 나는 혼자 웃고 또 웃으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안수녀님께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안수녀님은 한술 더 따 『언니야, 목화도 아주 큰 나무위에 널려있어 장대로 흰 솜 꽃을 따더라』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곳 어린이들의 놀이는 옛날 우리의 놀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연 날리기, 팽이치기, 굴렁쇠 놀이, 공기ㆍ고무줄놀이 등이 주종을 이루고 더러는 가축들이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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