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전례의 선언.
『그리스도는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나의 희망입니다』. 이 말은 이 축일의 가장 깊은 뜻과 본래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즉. 희망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것을 믿지 않는다. 희망과는 거리가 먼 이 시대에서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순간순간 생명을 위협받는 세상에서. 유대감이나 책임이란 말도 사라져버리고 없는 이곳에서. 자기 이익만을 찾고 자신의 안락과 행복만을 구하는 이 사회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런 의문들도 그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리스도 신자로서 우리는 믿고 있다. 비록 세상에서 희망을 찾아 볼 수 없다하더라도 희망을 전해주는 부활절은 훨씬 더 힘있는 선언이라고.
걸프전의 피흘림을 생각해보자. 지구 곳곳의 전쟁터들과 갈등과 위기에 처한 지역들을. 온세상에 자행되는 인권유린을. 그리고 창조물을 경솔히 사용함으로써 파괴된 우리 환경들을 돌아보자. 또한 매일 매스컴에 톱기사로 실리지 못한 개인의 비참한 운명들을 생각해보자.
실직. 전염병. 아이나 배우자의 갑작스런 죽음.
우리는 매일 얼마나 많은 고통과 어려움의 십자가를 마주하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십자가들 위에 당당한 부활의 선언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부활은 예수의 죽음이나 성금요일을 없었던 일로 치진 않는다. 부활하신 주님은 전과 다름없이 그때 그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그리고 수난과 불의. 죽음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활을 통해 떨쳐버릴 수 없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부활하신 그분은 우리 곁에 계신다. 그분은 우리가 가는 모든 길을 동행해 주신다. 그분이 기뻐하는 모습은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 기쁨은 거기 그곳에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부활의 희망은 표면적인 낙관주의가 아니라 진정한 신앙의 확신이다. 그러면 오늘날 사람들은 이 희망을 어디에서 만날수 있는가? 이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냉담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신자들이 부활의 복음을 일상 생활속에서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인가?
교회가 스스로 희망을 저버리고 살고있기 때문인가? 부활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변화시킬 힘을 주지 못한다고 느껴서인가?
부활에 대한 믿음은 장차 「인간미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부활의 희망은 현실 앞에서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일상생활 때문에 죽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기대와 문제들 속으로 빛을 비추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부활의 믿음은 모든 인간 생명의 귀중함을 알게 하고.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어 온전히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며 또 그렇게 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패자의 위치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승리하는 그리스도의 편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희망을 갖고 있으며 이 희망을 위해서 한 번 살아볼만 하다고 믿고 있다.
부활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믿음의 시작이다. 그리고 개인과 인류의 해피엔딩을 믿는 것이다. 완전한 몰락이나 총체적 재난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뜻을 갖고 있고 한 목표를 갖고 있다.
부활의 희망은 모든 무력한 것들에게 힘을 준다. 세상의 힘센 사람들에게 장래가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분안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용기를 가져라. 내가 이세상을 이겼다』 (요한16.33).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면. 그리고 강점은 바로 그리스도가 부활절에 열어준 그 희망.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자신이시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신자들에게 명했다.
『여러분이 품은 희망에 대해서 누가 여러분에게 그 사연을 물으면 언제나 해명할 준비를 갖추시오』 (베드로 전3.15)
부활하신 그분의 길을 따라 걷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해야할 일은 없다. 그러니 부활의 희망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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