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이 처음 신문을 읽었을때는 동명이인이겠지 우리 경수야 그럴 아이인가.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 다음에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 되었을 때 그 애가 술을 안먹고야 그런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하고들 이야기 했다고 한다. 『경수가 ○○유원지 안전요원으로 있을 때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던지 이 동네 소문이 자자 했었지요.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고 했다.
나는 별로 기대감이 없이 말 한마디를 던졌다. 『아버님 경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네 어른들이 재판장님 앞으로 진정서를 내주시면 참고가 될 것 같은데요』했다.
경수 아버지 말씀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고 이만큼 늙도록 살면서 단 한번도 남을 해롭게 하거나 비난받을 일이란 모르고 살아왔는데 너무나도 뜻밖에 일이라 부끄러워 얼굴도 들 수 없고 끔찍해서 할말이 없습니다. 언제나 살아서 돌아올런지…』하고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일행은 그 분들의 말씀을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드린 다음 『경수는 잘 있으니 걱정마시고 용기내시어 약 잘 잡수시고 빨리 건강해 지시라』고 하고 돌아왔다. 아마 중형 개인 택시를 왕복했다면 10만원정도 주어야 할 거리인데 기사님은 한푼도 받지 않으셨다. 덕분에 시간 걸림없이 집을 쉽게 찾았고 잘 다녀오게되어 감사했다.
그 이튿날 우리집에 속달 등기가 하나 배달되었다. 나는 아주 깜짝 놀랐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말한마디 던진 것이 이런 열매를 맺을 줄이야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 경수네 동네반장님이 진정서를 쓰시고 젊은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까지 1백50명가까이 이름과. 주소와. 도장을 찍어 발송한 것이다.
진정서 내용은 『경수 어머니가 들에서 농사일을 하던중 논두렁에서 쌍둥이 남매를 해산하다가 사망하였고. 그후 계모가 들어와 아이들을 키웠는데 계모 슬하가 싫어서 가출하여 객지생활에서 사고를 저질렀던 것입니다. 하늘같이 우르러 보던 외아들이 큰 사고로 구속되었으니 그 아버지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그 소식에 충격을 받아 당뇨병 합병증세로 위독하게 되었다는 것과 그 아이는 동네에서 모범청년으로 성장했고 술을 먹은 김에 실수한 일이니 관용을 베풀어 주시면 고맙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나는 고맙고 기뻐서 즉시 나도 진정서를 한장 써서 함께 판사님께 속달 등기로 발송했다. 그후 항소심 선고에서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되었다.
사형과 무기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다. 사형은 이 세상으로부터 영원히 격리되는 것이고 무기는 살아남는 것이다. 언제나 고개를 떨구고 양 어깨가 축 늘어졌던 경수가 그렇게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기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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