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영토」「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등 주옥 같은 시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베네딕또수녀회)가 첫 동시집을 펴냈다.
이해인 수녀가 지난 1970년부터 동심의 노래들을 발표하기 시작한지 꼭 20년만에 내놓는 첫 동시집의 제목은 「엄마와 분꽃」.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와 이 땅의 모든 어머니와 어린이들 그리고 수녀원 가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밝히는 이해인 수녀는 『몇 권의 책들을 세상에 선 보였지만 이번에 내놓은 이 동시집은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특히 사랑이 가는 책이고 그래서 설레임과 기쁨도 그만큼 크다』고 전한다.
「우리집에 신발이 많을 때면」 「선생님이 결석하신 날」 「달력을 볼 때」등 재미있는 동시들로 엮어진 「엄마와 분꽃」에는 어린이들의 밝은 동심의 세계가 너무도 진솔하게 드러나 있어 보는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작은 웃음에 흠뻑 빠지게 하고 있다.
또한 이해인 수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배어있는「엄마와 분꽃」에는 남들이 하잘것없어 지나치고 마는 솔방울ㆍ헌 신발ㆍ굼벵이ㆍ낙엽ㆍ걸레조차도 사랑을 입고 숨을 쉬고 있어 대단한 것들로만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학교에 다녀와서/우리집 현관에 신발이 많은 날은/손님이 많이 오셨구나/누가 오셨을까/몹시 궁금하고/설레이는 내마음/…중간 생략
반들반들 윤이 나는/아저씨의 검은 구두/흙이 묻은 하얀 고무신/언니. 오빠들의 산뜻한 운동화/아가들의 앙증스런 꽃신…/신발 수만큼이나 나의 기쁨도 늘어납니다」(이하 생략)는 「우리집에 신발이 많을 때면」의 한부분으로 이해인수녀의 맑고 투명한 시상을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다
그동안 발간된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돼 교회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게도 널리 알려진 이해인수녀는 누구나 느낄 순 있지만 그려낼수는 없는 생활중의 감상들을 시로써 소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수녀는 수녀이면서도 시인이라는 신분을 절묘히 조화시켜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그리움과 변함없는 사랑을 대부분 시의 소재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가 고통과 어려움으로 가득찬 고행의 길이 아닌 작은 부분에도 기뻐하고 찬미하는 행복의 길로 소박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함께 사랑을 받아왔다.
『한편의 시를 쓸 때마다 새가 되는 느낌』이라고 고백하는 이해인 수녀는 『덜 된 표현에서 오는 부끄러움을 생각하면 다시는 시를 쓸 수 없을 것 같지만 어느새 또 흥얼거리는 동심의 노래들을 막을 수가 없어 빼어난 소리를 지니지 못했더라도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로 행복한 기쁨의 새』라고 겸손한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엄마와 분꽃」에 지난 20년동안 더러는 잃어버렸지만 조각보를 위해 색색의 헝겊을 모으듯이 소중히 간직했던 시들을 거의 빼지 않고 실었다는 이해인 수녀는 『세월과 더불어 몸은 늙어도 마음만은 늙지 않는 하느님의 아이로 남아 앞으로도 틈틈이 분꽃빛깔의 동시를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혔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