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뽀마꼬차에서의 선교생활이 이렇듯 신기하고 고생스럽고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녀들은 항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1년에 몇차례씩 땅과 집을 흔들어 놓는 지진과 한 밤중에 난데없이 총부리를 들이대는 테러단의 방문(?)은 우리 수녀들에게 그 어떤 미래도 생각할 수 없는 순간을 만든답니다.
이들 테러단은 우리 수녀원에도 벌써 몇번 왔었습니다. 처음 습격을 경험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4명의 테러단이 얼굴을 가리고 총을 겨누면서 안수녀님께 돈 5천달러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무료 급식소 건축으로 자금이 바닥난 우리에게는 5천달러는커녕 5백달러도 없었답니다. 다행이 안수녀님이 침착하고 부드러운 말씀으로 아무 일 없이 그들을 돌려보냈습니다. 두번째 습격에서는 그들이 차를 가져가려 했습니다. 다행이 그날은 차가 고장이 난 상태여서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할지 걱정입니다. 모든 순간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어 우리를 보호하리라는 생각 뿐입니다.
이러한 가난과 지진과 테러 등이 항상 있기 때문인지 이곳 주민들의 생각이나 생활에서는 「미래에 어떻게 해보겠다」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즉 이들에게는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이 없답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축제를 벌린답니다. 밤새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노래하고 취하고 춤을 춘답니다. 지치고 지쳐서 거동이 불편할때까지….
그래서인지 이곳 주민들은 성도덕이 문란합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아버지도 모르는 애기를 가진것이 보통이고 과반수의 마을 처녀들이 미혼모의 상태에 있습니다.
어느날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사는 것은 잘못이다. 사람은 짐승과 다른 존재이기에 이런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주 나쁜 관습이다. 그러니 조금씩 깨닫고 조심하여 다음 세대는 이런 삶을 살지않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했더니 『아니다. 이것은 죄가 아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삶이다』고 하며 오히려 나를 설득시키려 했습니다.
이들의 집구조는 성도덕을 문란케하는 원인중의 하나입니다. 흙과 나무로 지어진 이들의 집은 방 한칸과 부엌 한칸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이 방 한칸에서 부모와 자녀들 7~8명이 2~3개의 침대에서 함께 생활한답니다. 때문에 이들은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성에 개방되어있는 형편입니다.
「방과 침대」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2년전 우리 수녀들이 이곳 뽀마꼬차에 왔을 때입니다. 마을 읍장의 도움으로 겨우 어느 빈 집에서 긴 의자를 침대 삼아 1주일을 지냈습니다. 그후 이것 교구 주교님께서 사주신 집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가구 한점 없는 집에 침대가 있을리 있겠습니까? 허리통증이 있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방신부님께서 문 한짝을 뜯어서 네모퉁이에 나무 토막을 붙혀 어엿한 침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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