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믿으라고 권한적이 없는데도 그는 적극적으로 영세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형이 확정된 그는 마침내 지방교도소로 이송 가서 자주 편지가 왔다. 나는 거의 한달에 한번, 또는 1년에 몇번씩 꼭 찾아가서 면담을 통해 그가 수형생활을 잘 하고 하느님을 알도록 가족의 대역을 맡아 해주었다.
경수가 처음 보낸 편지를 소개한다.
『전략, 수녀님을 만나기전까지는 오직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참된 사랑을 모르고 어리석고 무의미하게만 살아왔습니다. 서면으로나마 이렇게 무릎끓어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남에게 피해만 주고 살아오던 제가 교도소에서 처음 뜻하지 않게 수녀님을 뵙는 순간 떨리는 몸으로 뵈었습니다.
수녀님을 한번 뵈오면 저의 죄가 싸악 없어지는 것 같이 너무나 맑고 깊은 평화를 느끼게 됩니다.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해서 글씨가 엉망입니다. 세상에서 큰 죄를 짓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이 사형수에게 새 생명을 찾게 해주신 하느님과 수녀님께 감사드리며 어린 아이처럼 기쁘고 설레이는 마음입니다…후략』.
교도소 재소자들이 대법원까지 재판부를 거쳐 형이 완전히 확정되면 그 대가로 형을 사는데 우선 미지정에 있으면서 필요한 교육을 받는 동안 분류심사를 거쳐 출역을 배치받게 된다.
매일 출역하여 하루에 보통 8시간이상 여러 직종중 한곳의 작업장에서 일하게 된다. 노동의 종류 (경노동ㆍ중노동)또 행형성적에 따라(급수가 4급에서 1급모범수까지) 하루 노동에 대한 상여금이 지급된다. 최저 3백원에서 3천원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91년 10월부터 탈출의 염려가 없는 사람을 선정해서 외부 건축현장에 통근작업을 허용했다. 잡부노동은 1만5천, 기능공은 하루 3만원까지 개인수입을 올릴 수 있게되어 재소자들은 환호성을 올리게 되었다.
경수는 인쇄 공장에서 일한다고 편지가 왔었다. 경수에게서 여러통의 편지가 왔지만 부분적으로 소개한다.
『오늘 아침 출역장으로 가는 길옆 화단에는 아침 서리만이 하얗게 덮여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화단에도 새 봄이 오면 또 새싹이 돋아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겠지요…저도 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렵니다. 수녀님. 세상과 모든 사람이 저를 버렸는데도 유독 수녀님은 저를 사랑해주시니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요.
지금까지 외면했던 자형과 누님께서 미안하다면서 편지를 보냈어요. 마음속 깊이 눈물이 맺혔습니다. 죽어 마땅한 이 죄인을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 그리고 외면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이런 좋은 일이 어째서 생길까 하고 생각하니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 속죄의 길을 남을 위해 멋있게 새 삶을 살아보라고 하시는 것 같아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하느님을 찾고 구하고 두드려 내 맘속 깊이 담고 주님곁에 가까이 살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저의 최대의 희망입니다. 이제 저도 우울하게 살던 껍질을 훌훌 벗고 밝게 살아가렵니다.
고마우신 수녀님. 큰 소리로 외쳐 부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쳐 부르지 못하고 글로 전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님, 나를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하신 고마우신 나의 어머님.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사세요. 제가 출소하여 꼭 효도하렵니다. 곧 세례를 받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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