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은 누구나 하느님 백성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면서 교회안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교회는 다양한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는 평신도들이 그들의 모습 그대로 교회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 여성, 어린이, 청소년, 노인,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본보는 93년 사목진단 기획 시리즈로 이들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 진단코자 한다. 교회 안에서 주변인의 위치에 머물러있는 이들의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우리 전체 평신도의 문제에 기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자리매김을 새롭게 하기 위한 이번 진단은 입시에 실패하고 직장도 마련하지 못한 많은 젊은이, 우리의 청년들에서부터 풀어나가고자 한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주일학교에 나가고 또 성당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 성당을 잘 다녔는데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는 성당엘 나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미사만이라도 가끔 참석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멀어지게 되고 벌써 1년 가까이 성당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철구(서울 ㅁ본당, 요셉)씨는 대학에 떨어지고 난 뒤 처음에는 가끔씩 성당을 나갔다가 결국엔 냉담을 하게 됐다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언제 다시 성당으로 돌아올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제일지 모르지만 꼭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현재 상도동본당에 교적을 둔 박재명(30세, 스테파노)씨의 경우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부모님의 성화와 주일학교에서의 재미 등으로 성당을 잘 다녔지만 그 이후부터 신앙생활을 거의 못하다가 결혼이 계기가 돼 혼배성사를 받고 다시 성당을 나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물론 이들 두 사람의 경우에서 드러난 현상이 한국교회 전체 젊은이의 현 주소를 대변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은 본당 청년층의 구성비나 활동영역을 감안해 볼 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곧 다가올 미래교회의 주역들이기에 교회의 관심과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청년들이 이처럼 교회에서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은 청년들이 그동안 교회의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었음을 잘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각 본당 주일학교를 거쳐 배출된 20세 이상되는 본당 청년들의 경우, 주일학교 교사단, 본당 청년회원, 레지오 단원, 성가대원, 성서모임 등에 가입되는 극소수의 청년들(단체가입 청년을 약 12%로 추산)을 제외한 약 88%정도가 소속단체가 없는 상태며 그 중에서 약 10%만이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나머지 70%정도는 몇 개월 혹은 몇 주에 한 번씩 성당을 찾거나 냉담하고 있다고 본당 보좌신부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또 단체에 가입하는 청년들 중에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뚜렷한 직장이 있는 사람들로 한정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으로 소외된 비진학 청소년들이 교회에서조차 소외되는 경우를 가끔 볼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본당 청년회를 지도하고 있는 어느 본당신부는 『고등학교 때까지 신앙생활을 잘해왔던 학생들이 청년기가 되면서 진학과 취업, 불안정한 생활 등으로 신앙을 거추장스럽고 억압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럴 때 일수록 교회가 그들을 위한 단체 활성화나 문화활동, 교육프로그램 계발 등을 통해 그들을 감싸 안는 포용력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교회내 청년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약 10년간에 걸친 주일학교 교육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이러한 통제와 관심에서 제외되는 만20세 이후의 신앙생활은 오로지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신앙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대별되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은 주일학교와 다양한 종류의 단체활동 즉 레지오와 반모임, 사목회 등에 참여하면서 교육과 신앙강좌 등을 통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계속 받고 있다.
특히 성인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신앙을 선택하고 자신의 신앙을 스스로 지켜갈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청년들은 아직 가치관이 뚜렷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한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크게 요청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교구 청년사목 전담신부인 홍인식 신부는 이러한 청년들이 교회내에서 제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현재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분석ㆍ연구할 수 있는 교구 혹은 전체 교회 차원의 권위있는 기구나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신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청년사목위원회」나 전문연구소 같은 형태의 조직체로서 △청년사목에 대한 정책 제안 △교육프로그램 계발과 실시를 담당하는 종합적인 청년사목 전담기구를 의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선본당에서 청년사목을 전담하는 보좌신부들은 한결같이 청년들을 위한 교육과 문화활동의 부재가 청년사목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교육은 각 교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청년들을 위한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로선 주일학교 교사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교사학교 외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학교도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연수차원이지 청년들을 위한 교육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있다.
『청년들을 위한 신앙강좌나 문화활동이 상설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합니다. 각 교구마다 있는 가톨릭회관이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청년들이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실제로 각 교구별로 마련된 가톨릭회관에는 회관 운영을 위한 임대와 기타 교회단체들이 입주해 있어 젊은이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고 청년들은 불평하고 있다.
다만 서울의 혜화동 청소년회관과 대구 가톨릭문화관에서 청년들을 위한 전담신부를 두고 그들의 활동을 돕고 있지만 교구 차원의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만족할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일선에서 청년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들조차 『현재로서는 청년사목에 대한 교회의 원칙과 사목방침, 사목구조가 없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라고 시인할 정도이며 심지어는 『교회가 청년사목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스스로 규정짓기도 한다.
『청년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신앙교육의 차원은 물론 이들을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고 맡은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인간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더욱 촉구하게 되는 것임을 강조하는 일선 청년사목 담당 신부들과 본당 내 청년분과 위원들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교회 구성원 전체의 자각이 있어야 청년사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청년들과 청년 단체들에게는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교회의 모습을 비판하거나 방관하기에 앞서 교회와 자신이 정체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익혀갈 것을 요구하고 있고 교회 차원에서는 이들을 위한 사목구조 마련 등의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년들과 교회가 이러한 노력을 합심할때 교회의 주역이 될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고 또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젊은 사도로서 이 세상에서의 빛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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